그러나 초저출산은 악화일로다.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 0.78명마저 위협을 받으면서 지방도시 소멸, 병력자원 급감, 영·유아 의료시장과 완구 시장 붕괴, 생산인력 만성적 부족 등 위기에 처해있다. 초저출산의 역습이 시작됐다.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기존 정책들을 점검해보고 올바른 처방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이 선진국 수준으로 증가했음에도 경제요인이 출산율 악화 요인이 된 점을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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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초저출산율은 청년층 일자리가 없는 점, 일자리가 있더라도 OECD 국가 대비 주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이라는 점에 기인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고 그나마 제공되는 일자리도 괜찮은 대기업 정규직보다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에 한정된 점이 핵심 요인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진단은 그럴싸한 주변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 처방을 요구한다. 정면 승부가 필요하다. 출산장려금 등 한시적 보조금을 제공하는 주변 대책이 아니라 평생 보람을 갖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는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을 많이 키워내든가 기업이 크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목소리가 큰 소수집단 압력에 굴복하거나 관료적 이익 확보에 급급해 임기응변적, 관료이기적 제도를 꽤 도입해왔다. 경제민주화나 경제력집중 억제를 이유로 도입한 우리만의 독특한 대기업집단지정제도를 비롯한 기업규제들이 전형적 예이다. 공정거래법, 금융복합기업집단법, 상법 등 다양한 법에서 기업들의 행동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총 61개 법률에서 342개의 기업 규모에 따른 차별적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사업인수 금지, 지분취득 제한, 특정산업 진입금지, 내부거래 금지 등 기업 행동을 전방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기간제법에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명분으로 2년 이상 비정규직은 정규직화하도록 했다. OECD에 따르면 정규직 과보호는 경영층으로 하여금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과는 역설적이다. 기업 규모로 규제를 하다 보니 기업들은 성장을 포기하고 안주한다. 소위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한다. OECD에 따르면 OECD국가 중 한국의 대기업 비중은 0.09%로 조사대상 34개국 중 33위다. 정규직 과보호로 늘어난 비정규직은 기술축적과 혁신을 지연시킨다. 경제 저성장 요인 중 하나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 대기업은 글로벌 거대기업으로 성장토록 제도개혁을 해야 한다. 한시적 보조금 위주의 출산대책으론 초저출산의 역습을 막지 못한다. 기업성장을 저해하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를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경영층, 근로자, 주주는 물론 정부와 국회의 인식 전환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