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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는 결혼하는 부부와 가족들이 부담을 느낄까봐 미리 알리지 않았다. 예식 전 도착해 한 총리가 직접 부부와 가족들에게 “오늘 주례를 맡게 되었다”고 인사드렸고, 부부는 물론 따님과 아드님, 시누이 부부까지 온 가족이 좋아했다고 한다.
한 총리는 주례사를 통해 “부부에게,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자식들 반듯하게 키우며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오셨으니 충분히 자부심 가지실만 하시다”며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서로 의지하며 희끗희끗한 머리가 마저 파뿌리 되도록 해로하시라”고 부부와 가족을 격려했다.
이어 신랑신부가 기념사진 찍으며 쑥쓰러워하시기에 한 총리가 먼저 힘차게 “김치!참치!꽁치!”를 외쳤다. “김치!참치!꽁치!”는 고 백낙삼 대표가 지난 4월 형년 93세로 별세할 때까지 반세기 넘게 1만4000쌍의 무료예식 올려주시면서 카메라 뒤에서 외친 말이다.
한 총리는 “예식장 벽면에 빼곡하게 붙어있는 신랑신부 사진을 하나하나 살펴봤다”며 “사랑 중에 제일 애틋한 사랑은 오래된 사랑이 아닐까”라고 썼다. 또 “어려운 형편에도 열심히 일하면서 온갖 풍파를 함께 견딘 분들이 서리내린 머리로 식을 올리는 모습이 찡했다”고도 덧붙였다.
주례를 마친 뒤 한 총리는 고인의 부인인 최필순 여사의 건강을 기원하고, 아들 백남문 2대 신신예식장 대표에게는 부친의 뜻을 이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도 건넸다.
신신예식장은 고 백 대표가 사진사로 일하며 모은 돈으로 1967년 경남 마산시(현재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세운 예식장이다.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결혼식을 올려주고 웨딩드레스는 물론 사진촬영까지 해줬다. 선행이 알려지면서 1988년 국민포장, 2019년 국민훈장 석류장, 2021년에는 엘지(LG) 의인상도 받았다.
한 총리는 지난 4월 고인이 별세하자 “누군가의 행복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더 큰 행복과 자부심을 느꼈다는 백 대표님의 봉사 정신을 기억하겠다”며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