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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승용차 보조금 신청이 줄어든 이유는 판매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9월까지 국내에서 판매한 국산 전기 승용차(수입차, 하이브리드 등 제외)는 5만3738대로 전년 동기(6만3954대) 대비 15.9%가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기 화물차 구매보조금 신청대수는 전년 대비 1300여대 늘어난 4만2800대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전기화물차 보급 공고대수의 80%에 달하는 수준으로, 전국의 54개 지자체는 화물차 접수 물량이 이미 소진됐을 정도다. 올해 들어 전기 승용차 시장 판매량은 줄어드는 동안 전기 화물차는 오히려 빠른 속도로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9월 누적 기준 국산 전기 화물차 판매는 3만4881대로 전년 동기(2만9267대)보다 19.2% 늘었다.
국내 1톤 전기화물차 판매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의 ‘포터Ⅱ일렉트릭’이나 기아의 ‘봉고Ⅲ전기차’는 국비 보조금 1200만원을 100% 지원받는다. 여기에 지자체별로 최대 115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지역에 따라 보조금이 차량가격(약 4400만원)의 절반에 이르는 것이다. 반면 전기 승용차 국비보조금은 680만원(연말까지 한시적으로 100만원 추가 지원)이며 지자체 보조금도 울릉도 등 특수지역을 제외하곤 180만(서울)~850만원(전북) 등으로 전기화물차보다 낮게 설정돼 있다.
단순히 전기화물차 보급이 늘어나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문제는 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꼽히는 ‘충전인프라’ 문제와 결부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상용화된 1톤 전기트럭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은 58.8kWh(킬로와트시)로 전기 승용차 용량과 비교해 70~75%에 그친다. 전기승용차에 비해 적은 용량 탓에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속도도 느리다보니 고속도로나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충전 독식’ 문제로까지 번지는 것이다. 전기차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전기트럭에 충전 자리를 뺏겨 필요할 때 충전시설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친환경차 전환을 위해 전기화물차에 지급되는 보조금 규모를 성능에 따라 차등 조정하고 충전 인프라 개선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전폭적인 보조금 제도로 자영업자들의 전기트럭 구매를 유도하고 있지만, 과도한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보급이 확산하면서 충전 인프라 불만도 계속 늘고 있다”며 “일단 숫자부터 늘리고 보자는 식의 보조금 지원책 보다는 배터리 성능을 높일 수 있도록 유인하는 한편 충전 인프라 투자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