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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4년 3월 26일 DB손해보험의 장기간병요양 진단비 보험에 가입했다. 약관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급판정위원회로부터 1~3등급의 장기요양 판정을 받은 경우’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대상으로 인정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사망하면 보험계약은 소멸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A씨는 2017년 6월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등급 판정 신청을 했고, 6월 8일 공단은 병원을 방문해 실사를 진행했다. 이후 같은 달 21일 공단은 장기요양 1등급 판정을 했다.
하지만 공단이 실사를 다녀간 후인 6월 8일 밤 11시경 A씨는 사망했다. 직접 사인은 패혈증이고 대장암 다발성 전이가 직접 사인의 원인이 됐다. 앞서 A씨는 2014년 3월 25일 직장 종양 의증을 진단받은 바 있다. 이후 진료를 통해 2014년 4월 직장암 확진 사실을 확인했다.
보험사는 A씨가 장기요양등급 판정 이전에 사망했으므로 계약이 소멸해 보험금을 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험계약 당시 A씨는 직장암 발병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숨긴 채 보험계약을 했으므로 사기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에 유족은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반소를 제기했다.
1심에서는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최종 판단 시점에 피보험자가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피보험자의 건강상태가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상태였다는 사실 자체가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며 “장기요양을 필요로 할 정도임이 확인되면 족한 것이지, 그 등급판정일이 사망 이후라고 해 이를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사기에 의한 취소 부분도 “보험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계약이 사기에 의해 체결된 것임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보험사는 항소했으나 2심에서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 이유를 인용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기간 중 보험사고(등급판정)의 발생’은 장기요양등급 판정의 원인이 되는 사실로서 피보험자의 건강상태가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정도임이 확인되면 충분하다”며 “장기요양등급 판정일이 보험계약의 효력이 소멸한 피보험자의 사망 후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장기요양급여는 성질상 피보험자의 생존을 전제로 하므로 장기요양인정 신청인의 사망 후에는 장기요양등급을 판정할 수 없고, 등급판정위원회가 그 사망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했더라도 이는 사망자에 대한 장기요양등급 판정이어서 법률상 효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보험자의 사망 후에 장기요양등급 판정이 이뤄졌다고 해 이 사건 보험약관이 정하는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다”며 “이와 달리 보험기간 중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 원인으로서 장기요양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보험약관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