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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나와 사흘 만에 또 잡혀"…중독 치료가 먼저

김범준 기자I 2023.03.31 06:00:10

[마약에 취한 대한민국]③
[인터뷰]박남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팀장
밀수·유통·단속 나눠져 대응력↓
마약류대책협의회 만들어 효율성 높여야
“마약사범, 치료 필요한 환자란 사회적 인식 필요”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던지기’로 필로폰 팔고 본인도 투약하던 청년을 추적해서 잡았더니 수사받다가 ‘살려주셔 감사하다, 다시 살아갈 용기가 생겼다’고 펑펑 울더라고요. 남은 거 다 해버리고 자살하려던 날이었다면서…”

6년째 ‘마약과의 전쟁’ 중인 박남규(52)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마약2계 1팀장(경감)은 마약의 ‘중독성’을 거듭 경고했다. 호기심에서 손댔다가 헤어나오지 못해 삶이 망가져 버린 이들을 계속 봐와서였다.

박남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2계 1팀장(사진=이영훈 기자)
박 팀장은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광역수사단 마포청사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마약에 한 번 손대면 평생을 마약의 늪에 빠져 교도소를 드나들게 된다”며 “제가 잡은 범죄자가 출소 사흘 만에 제 손에 다시 잡히는 등 재범률이 50%를 넘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고 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쉽게 구할 수 있게 된데다 중독성이 강하다 보니 ‘마약청정국’이라 불리던 우리나라에서도 마약은 독버섯처럼 퍼져가는 중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마약류(향정) 범죄 검거 인원은 총 1만2387명으로, 2021년보다 약 16.6%(1761명) 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박 팀장은 “암수범죄이기 때문에 붙잡힌 이들보다 적게는 10만명 이상 많을 걸로 추정한다”며 “유명인에 유흥업소 종업원뿐 아니라 가정주부, 의사, 은행원 등 마약사범이 다양해졌다”고 했다.

마약중독의 폐해는 무섭다. 박 팀장은 “여중고생들은 마약 살 돈을 구하려다 원조교제·조건만남 같은 성범죄로 빠지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강력범죄를 저지른다”며 “미국 등지에서 큰 문제인 펜타닐은 필로폰의 100배 정도로 독해서 뇌가 썩을 정도인데, 중독된 청년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남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2계 1팀장(사진=이영훈 기자)
그는 마약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먼저 ‘마약사범 치료’를 꼽았다. 박 팀장은 “임신 사실을 안 여성이 모성애로 마약을 끊은 경우 등을 보긴 했지만, 마약을 끊으려면 담배보다 100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더라”며 “교도소 나서는 사람들에게 ‘휴대폰 바꾸고 SNS 끊고 이사하라’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약하는 사람들이 또 찾아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갱생에 성공한 이들을 보면 가족과 주변의 케어가 큰 영향을 미친다”며 “마약사범을 개인의 의지 문제로만 보지 말고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여기고 치료 지원을 해야 한단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약문제 전담기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을 다녀온 뒤 느낀 바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향정신성 의약품 등 마약류 지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성분 분석 등 마약류 감정은 행정안전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밀수입 관리는 관세청 세관이, 판매·투약 사범 검거는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나눠 맡고 있어 밀수·유통, 예방 및 단속에서 효율적인 대응이 떨어진단 것이다. 박 팀장은 “DEA에선 이 모든 업무를 한데 모아서 유기적으로,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더라”고 했다.

수사 인력 확충도 과제다. 그는 “장비 보급도 늘고 관심도 높아졌지만, 아직 전담수사관 등 마약수사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잠복하면서 위장거래 잡고 추적하는 게 보통 밤에 이뤄지다 보니 우린 밤낮 바뀌어 일하는데, 잡은 뒤에도 조사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든다”며 “힘들게 일하는 만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여건도 갖춰지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마약사범들을 향한 그의 일성은 이랬다. “범죄는 대개 반복되고 관련 공소시효는 최장 10년으로 긴 편이다. 다크웹을 통한 계좌와 코인(가상자산) 거래내역도 경찰이 다 추적한다. 그러니 당장은 아니더라도, 당신은 반드시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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