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마약과의 전쟁’ 중인 박남규(52)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마약2계 1팀장(경감)은 마약의 ‘중독성’을 거듭 경고했다. 호기심에서 손댔다가 헤어나오지 못해 삶이 망가져 버린 이들을 계속 봐와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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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쉽게 구할 수 있게 된데다 중독성이 강하다 보니 ‘마약청정국’이라 불리던 우리나라에서도 마약은 독버섯처럼 퍼져가는 중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마약류(향정) 범죄 검거 인원은 총 1만2387명으로, 2021년보다 약 16.6%(1761명) 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박 팀장은 “암수범죄이기 때문에 붙잡힌 이들보다 적게는 10만명 이상 많을 걸로 추정한다”며 “유명인에 유흥업소 종업원뿐 아니라 가정주부, 의사, 은행원 등 마약사범이 다양해졌다”고 했다.
마약중독의 폐해는 무섭다. 박 팀장은 “여중고생들은 마약 살 돈을 구하려다 원조교제·조건만남 같은 성범죄로 빠지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강력범죄를 저지른다”며 “미국 등지에서 큰 문제인 펜타닐은 필로폰의 100배 정도로 독해서 뇌가 썩을 정도인데, 중독된 청년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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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문제 전담기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을 다녀온 뒤 느낀 바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향정신성 의약품 등 마약류 지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성분 분석 등 마약류 감정은 행정안전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밀수입 관리는 관세청 세관이, 판매·투약 사범 검거는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나눠 맡고 있어 밀수·유통, 예방 및 단속에서 효율적인 대응이 떨어진단 것이다. 박 팀장은 “DEA에선 이 모든 업무를 한데 모아서 유기적으로,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더라”고 했다.
수사 인력 확충도 과제다. 그는 “장비 보급도 늘고 관심도 높아졌지만, 아직 전담수사관 등 마약수사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잠복하면서 위장거래 잡고 추적하는 게 보통 밤에 이뤄지다 보니 우린 밤낮 바뀌어 일하는데, 잡은 뒤에도 조사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든다”며 “힘들게 일하는 만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여건도 갖춰지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마약사범들을 향한 그의 일성은 이랬다. “범죄는 대개 반복되고 관련 공소시효는 최장 10년으로 긴 편이다. 다크웹을 통한 계좌와 코인(가상자산) 거래내역도 경찰이 다 추적한다. 그러니 당장은 아니더라도, 당신은 반드시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