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흉부외과 전문의로 근무하던 A씨는 2016년 한 환자의 폐 조직검사 도중 폐 오른쪽 상단의 우상엽을 잘라냈다. A씨는 당초 폐 조직을 소량만 채취하기로 했지만 검사 과정에서 만성 염증으로 폐 기능 회복이 어렵다고 보고 환자의 동의 없이 절제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최종 검사 결과가 결핵으로 판명돼 폐를 절제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환자는 전신마취에서 깨어난 후에야 절제술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절제술이 적절한 의료행위였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소량 채취한 폐 조직만으로 병명을 확진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고 절제 행위와 상해 결과 간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폐 우상엽을 절제하려면 환자의 의사를 확인해야 하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동의 없이 절제술을 시행했다”며 A씨에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환자에게 악성종양 제거 목적이 아닌 단순 진단을 이유로 한 폐 절제를 설명했다면 동의했을까 의문”이라며 “A씨의 업무상 과실 때문에 환자에게 폐 우상엽 상실이라는 상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30년 이상 흉부외과 전문의로 성실하게 근무했고 치료를 위해 노력하다가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무겁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에 처한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A씨와 해당 병원 측이 이 사건 관련 민사소송에서 환자에게 손해배상금 11억원을 지급하도록 한 대법원의 판결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2021년 A씨와 병원이 환자에게 손해배상금 11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