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각]②무역풍, 바람이 바꾼 세계사

김무연 기자I 2021.02.27 08:00:00

지상 강의 ‘오늘의 원픽’ : ‘인더스토리Ⅲ’ 5강 바다(海) 1편
콜럼버스, 지구 구형설 기초해 서진
동에서 서로 부는 바람…무역풍 발견
작은 아이디어가 역사를 바꿀 수 있어

[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김무연 기자]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해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물론 그곳은 콜럼버스가 원하던 인도 지역도 아니었거니와 항해의 목적 중 하나였던 육두구를 찾는 데에도 실패했다. 하지만 그가 개척한 항로는 이후 유럽 강국들이 신대륙에 진출하는 밑바탕이 됐다. 신항로를 따라 대항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임규태 박사는 콜럼버스가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로 작은 아이디어와 이를 시험하고 나선 용기라고 짚었다. 사람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거나 미처 실행할 생각을 못해 본 혁신적 아이디어를 과감히 실천에 옮긴 행동이 인류의 향배를 결정지은 것이다.

콜럼버스가 탔던 산타마리아호 복제품.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콜럼버스가 활동하던 15세기에는 ‘지구가 둥글다’는 지구 구형설이 상식으로 자리 잡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서쪽으로 항해를 하면 인도나 지팡구(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나오는 일본의 호칭)에 다다를 수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콜럼버스가 낸 아이디어는 “서쪽을 향해 배를 띄우면 동에서 서로 부는 바람을 타고 인도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유럽에서 사용하던 범선인 캐럭선은 화물과 물자를 싣기 충분해 무역선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다만 큰 돛을 이용한 만큼 바람이 주 동력원이었기 때문에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항해가 어려웠다. 당시 범선으로 무역을 하던 유럽 뱃사람들은 바다에선 특정 위도에서 바람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일정하게 분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경험을 통해 체득하고 있었다.

콜럼버스는 이 아이디어에 승부를 걸었다. 만약 바람이 항상 동쪽에서 서쪽으로 분다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대서양을 통해 동쪽에 있는 인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결과는 적중했다. 스페인에서 출발한 콜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신대륙에 도착했다.

무역풍
콜럼버스가 모험을 감행한 바람이 바로 ‘무역풍’이다. 무역풍은 지구의 자전으로 발생하는 전향력으로 인해 북위 및 남위 30˚이하 지방 상공에서 1년 내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이다. 북반구에서는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남반구에서는 반대로 남동에서 북서 방향으로 분다. 실제로 북반구 스페인에서 출발한 콜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는 스페인의 남서 방향에 위치한 카리브 제도에 안착할 수 있었다.

콜럼버스의 모험이 성공한지 30년 후 마젤란의 탐험대도 세계 일주에 성공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마젤란 역시 무역풍을 이용해 세계 일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열강 또한 무역풍을 타고 신대륙에 진출해 식민지를 건설했다. 콜럼버스가 선원들 사이에서 돌던 이야기를 직접 시험해 보지 않았다면 신대륙 발견은 물론 신항로 개척은 먼 훗날의 일이 됐을 수도 있다.

임 박사는 “콜럼버스는 뱃사람 사이에서 풍문처럼 떠돌던 무역풍의 존재를 확인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땅에 다다를 수 있는 효율적인 항로를 개척해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라면서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인류 역사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가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라고 평가하며 강의를 마쳤다.

임규태 박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지상 강연 ‘인더스토리Ⅲ’ 5강 ‘바다’(海) 1편을 강의하고 있다. ‘인더스토리’는 이 세상 모든 산업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코너로 시즌3에서는 교통·물류산업을 집중 조명한다.(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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