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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손님'서 '믿을맨' 된 문성욱…신세계 '부부경영' 시동

함지현 기자I 2020.12.07 05:30:00

인사 칼바람 속 미래 먹거리 책임질 신설 법인 수장 발탁
이마트 해외사업·신세계인터 등 두루 거치며 실력 인정
합리적·온화한 성품에 추진력 뛰어나…'믿을맨' 역할 주목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강력한 변화와 미래 준비’.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는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 사장이 천명한 의지다. 내년도 인사는 이 같은 메시지를 여실히 담고 있다. 백화점부문 전체 임원의 20%는 퇴임시키고 본부장급 임원은 70%나 교체했다.

그런 와중에 눈에 띄는 이름이 하나 있다. 바로 정 총괄사장의 남편인 문성욱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다. 그는 CVC(Corporate Venture Capital·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 사업 추진 신설 법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대표이사를 함께 맡게 됐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신세계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곳으로, 문 대표의 책무가 막중하다.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칼바람이 부는 신세계 경영 전면에 선 것이 아니라, 정 총괄사장이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믿을맨’을 전면에 세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써 신세계는 정 총괄사장이 앞에서 이끌고, 문 대표가 든든하게 조력하는 ‘부부경영’을 본격화했다.

문성욱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이사 겸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사진=신세계그룹)
◇초등학교 동창에서 부부로…‘믿을맨’으로 거듭난 ‘백년손님’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 사람의 인연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2년 동갑내기인 정 총괄사장과 문 대표는 경기초등학교를 함께 나왔다. 이들이 당시부터 어떤 관계를 쌓아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른 살이던 2001년 결혼에 성공한다.

두 사람의 결혼은 범 삼성가의 혼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실제 결혼식에도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 총괄사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막내딸로, 고 이건희 회장의 동생이기도 하다. 문 대표는 KBS 기획조정실장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공익광고협의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문청 베컴 회장의 아들이다.

화촉을 밝힌 두 사람은 한동안 각자의 길을 걸었다. 정 총괄사장은 조선호텔에서, 문 대표는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벤처스코리아에서 일했다. 그러면서 두 딸도 낳았다.

그러던 중 문 대표가 2004년 신세계 기획담당 기획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아내인 정 총괄사장과 한 길을 걷게 됐다. 문 대표는 이후 신세계I&C 전략사업본부장, 이마트 중국본부 전략경영총괄, 이마트 해외사업총괄,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탁월한 사업 감각과 전략적 기획력을 발휘해 주요 계열사의 신사업과 해외사업을 맡아 미래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는 해외패션브랜드를 수입 및 유통하는 글로벌패션1본부장을 맡아 에르노, 라르디니, 폴스미스 등 글로벌 유명 브랜드의 판권을 공격적으로 확보해 사업의 규모를 키우며 회사의 고속 성장을 이끌었다.

2017년 신세계인터내셔날 계열사 신세계톰보이의 대표이사로 선임돼 스튜디오 톰보이의 중국 진출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화에 주력하기도 했다.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사진=신세계)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격…풍부한 경험 바탕 추진력 발휘

실력을 인정받은 문 대표는 신세계톰보이를 그대로 이끌며 신세계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자리까지 맡게 됐다.

사실 문 대표는 실질적으로 시그나이트파트너스 사업을 주도해 왔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업기획본부장을 맡아 CVC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이커머스 사업을 담당했다. 이번에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대표이사를 맡게 된 것 역시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게 조직 내부 목소리다.

문 대표는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실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신세계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사업을 모색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올해 안으로 500억원 규모의 펀드 결성을 마무리하고 워크·헬스케어·교육·유통·엔터테인먼트 등의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문성욱의 리더십’은 어떨까. 그는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으로 임직원 사이에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적으로는 신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뛰어난 추진력을 발휘한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문 대표는 전략기획, 신사업, 해외사업, 투자 분야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적극적 투자 활동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1972년 서울 출생 △1996년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졸업 △2004년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경영대학원 졸업 △2008년 신세계I&C 전략사업본부 본부장 부사장 △2011년 이마트 중국본부 전략경영총괄 부사장 △2012년 이마트 해외사업총괄 부사장 △2014년 신세계인터내셔날 글로벌패션1본부장 부사장 △2017 신세계인터내셔날 글로벌1본부장 부사장 겸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 △2019년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업기획본부장 부사장 △2020년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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