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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창(Ian Chang) 보잉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통한 항공 부품사들의 타격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했다. 그는 코로나19를 통한 타격이 최대 5년까지 걸릴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한국 정부가 지금보다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항공산업에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중소 항공부품사들이 M&A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안 창 부사장은 1984년 보잉에 입사해 엔지니어이자 경영자로서 30년 넘도록 한우물만 팠다.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시절까지 보낸 한국인이다. 그는 20년 전 아시아 대륙으로 돌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항공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 코로나19 타격 최대 5년
국내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항공기 누적 운항횟수와 이용 여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1%와 63.6% 감소했고 코로나19가 본격화된 3월 이후 감소율은 각각 66.5%와 80.4%에 이르고 있다. 각국 방역 당국의 강력한 입국제한 조치로 내국인 출국과 외국인 입국이 모두 제한받으면서 올해 3~7월 국제선 이용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96.5% 감소했다.
이안 창 부사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 여객운송은 50% 이상 줄었고, 화물 운송도 20% 정도 감소했다”며 “여객기 수요 감소와 함께 항공기 생산량도 급격히 줄어 항공 부품업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2~5년에 걸쳐 다소 천천히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나마 고객운송을 화물운송으로 전환한 것은 코로나19 초기 빠르게 대응한 것이라 평가했다. 이안 창 부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간의 물류 이동이 제한을 받았지만 항공화물 운송에 대한 영향은 여객운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며 “세계화물톤킬로미터(FTK)가 향후 연평균 4% 이상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항공화물운송업을 하기 위해서는 화물기가 필요하며 유지관리도 필요하다”며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고 유지 관리하는 항공기정비사업(MRO)을 함께 수행한다면 화물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물류와 제조업을 동시에 영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경쟁보다는 협력”
다만 화물운송으로의 전환은 임시방편에 불과해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항공산업에 더 많은 지원을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안 창 부사장은 “운항사의 매출은 일반적으로 50% 이상이 여객운송업에서 발생하는 만큼 화물운송으로의 전환은 임시방편”이라며 “운항사와 항공기부품 제조사들은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시기를 잘 넘기지 못하면 회복기에 인력과 기술력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기 제조사들의 항공기 감산으로 이어졌고, 이는 국내 항공 부품사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사천시 등 경남지역 항공산업 관련 지자체와 업체 관계자로 구성된 ‘항공제조업 생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산업통상자원부에 항공제조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신청하기도 했다.
이안 창 부사장은 “항공업 회복기에 안정적으로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정부가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항공산업에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산업이 국가의 먼 미래 정책에도 중요하겠지만 항공산업이 더 많은 일자리도 창출하고 나라의 미래 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로는 항공부품사들이 M&A를 통해 체질을 개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안 창 부사장은 “중소·중견 부품사들이 파산만 벗어날 수 있도록 연명하는 정책이 아닌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쪽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M&A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위기를 기회로 바꿀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 “아시아 시장 점유율 높여야”
국내 항공 부품사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아시아 지역 점유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안 창 부사장은 “전 세계 항공기 시장의 규모는 약 6800억달러 규모이고 서비스 마켓 분야는 약 9100억달러”라며 “이 가운데 아시아 지역은 약 40% 정도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과 일본이 20% 이상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그 비중이 작다”고 지적했다.
이안 창 부사장은 “미국과의 지속적인 우호관계, 중국과 일본이 가까이 있다는 지리적 이점, 우수한 인력 등 항공기 부품 제조를 위한 생산 인프라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한국은 아시아 지역 점유율을 더욱 끌어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