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민후의 기·꼭·법]빅테크 금융시장, 데이터 공정경쟁 필요

장영은 기자I 2020.09.20 09:30:00

법무법인 민후의 ''기업이 꼭 알아야 할 법률정보''

[법무법인 민후 구민정 변호사] 지난 6월 ‘네이버통장’이 출시되면서 ‘빅테크(bigtech)’의 금융업 진출 논란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에 이어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시키고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까지 추진하고 있으며, 네이버도 네이버페이와 같은 결제 시스템에서 나아가 송금, 주식, 보험, 예적금 등을 아우르는 종합금융플랫폼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빅테크, 금융산업에 뛰어들다

정부의 핀테크 육성정책으로 금융규제가 완화되자 대형 온라인 플랫폼 회사들(빅테크)도 하나둘씩 금융 자회사를 세우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원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을 뜻하는 용어였던 ‘빅테크’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을 일컫는 것으로 개념이 확장되었다. 이처럼 빅테크 기업은 금융산업에서 분명 후발주자지만,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며 취득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산관리, 보험판매 시장까지 진출영역을 넓히면서 마치 금융지주회사와 같은 새로운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은 기존 금융회사, 신생 핀테크 회사, 빅테크 회사 삼파전으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경쟁의 결과로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 개발 등 금융산업 전반에 걸친 혁신을 이룩할 수 있고, 금융소비자들은 지금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혁신적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한편, 시장 참여자들 간의 데이터 불균형으로 인한 불공정 문제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빅테크에 새로운 신용평가 서비스 도입가능해져

개정 신용정보법은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해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개인정보를 더 많은 곳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개인정보의 활용범위를 넓혔다.

또 온라인 쇼핑 내역, 공과금 납부 정보, SNS 정보 등 비(非)금융정보만을 활용해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전문개인신용평가업(비금융전문CB)을 신설하고,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대출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개인사업자신용평가업(개인사업자CB)도 신설했다.

아울러 정보주체자 스스로 공개한 정보에 대해 동의를 받지 않고 수집 및 처리할 수 있게 규정함에 따라 빅테크 회사들은 새로운 신용평가 서비스 도입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라 하겠다.

이에 발맞춰 네이버 역시 비(非) 금융정보(단골 고객수, 고객 재구매율, 구매고객 리뷰 등)를 토대로 신용 상환능력과 상환의지를 평가하는 대안 신용평가 시스템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

◇기존 금융회사와의 불공정 문제 대두

개정 신용정보법에 따라 정보주체자는 금융회사 등에게 자신의 정보를 다른 금융회사 등에 전송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개인 신용정보 전송요구권’이 도입됐다. 기존의 금융회사들은 고객의 요청에 있을 경우 고객의 데이터를 빅테크 회사에 전달해야 한다.

반면 빅테크 회사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 고객들의 데이터를 금융회사에게 제공할 의무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는 곧 데이터 공유의 불공정 문제로 이어진다. 결국 이 문제는 금융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개인정보보호 사이의 법익 형량의 문제로 입법적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빅테크 회사들이 독점적인 지위를 활용해 반경쟁행위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오랜 시간동안 축적해온 광범위한 고객데이터와 데이터분석 역량을 보유한 빅테크 회사는 데이터들을 활용하여 금융을 포함한 주요 분야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빅테크,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우려

빅테크의 다양한 사업영역들이 금융과 결합될 경우 향후 금융뿐만 아니라 주요 산업 전반에서 지배적인 사업자가 돼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4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원회는 지난 7월 29일(현지시간) 반독점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소수의 거대 기업들이 과도한 시장 영향력, 즉 정보 독점 나아가 시장 독점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규제를 촉구한 바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빅테크와 금융사 간 데이터 공유 논란은 쉽게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달 10일 기존 금융회사와 빅테크 간의 경쟁질서 확립과 디지털 금융혁신을 논의할 ‘디지털금융 협의회’를 본격적으로 출범해 빅테크와 기존 금융사들 간에 공정경쟁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빅테크 회사와 기존 금융사, 핀테크 회사 등 시장 참여자들 간 건전한 경쟁질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금융혁신을 촉진시킬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