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SK바이오팜(326030), 카카오게임즈(293490) 등 공모주 청약 열기를 타고 현행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돈이 많을수록 더 많은 공모주를 받아 단기간에 큰 차익을 실현하는 것은 불공평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는 2000만원을 넣어야 겨우 1주를 받았다.
물론 기관들의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주관사(증권사) 자율성을 확대해야 하지만, 일반 개인들에게 강제하기 어려운 만큼 일정부분 `형평성` 확보가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은 복수계좌 청약금지를 전제로 소액청약 우대방식, 추첨방식 등 일반투자자에 투자기회를 넓히고 형평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에선 형평성 배정기준이 일반청약 배정방식으로 상장규정에 명시돼 있다.
홍콩은 고액청약과 소액청약의 풀을 나눠서 각 50%씩을 추첨, 배정하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소액청약을 우대하며, 추첨배정방식을 쓴다. 일본도 추첨을 통해 일반 공모주를 배정한다.
반면 한국은 고액일수록, 우대기준을 충족할수록 더 많은 공모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배정방식은 실수요보다 큰 청약증거금을 납입한 후 공모주 배정을 받은 투자자(대출청약자 등)의 단기수익 편취를 조장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수인(증권사)이 개별적으로 우대고객 기준을 정해 청약한도를 높이거나 우선배정할 경우 홍콩과 싱가포르에선 특혜성 배정으로 간주돼 금지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8월 7일 상장한 제이알글로벌리츠(348950)가 소액투자자 우선배정 방식을 최초로 도입했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제이알리츠는 100만원이하 소액투자자에 일반 청약물량의 절반(2400만주·1200억원)을 우선배정했지만, 일반청약 경쟁률은 0.23대 1에 그쳤다.
일반청약배정 2400억원(4800만주·공모가 5000원)중 청약증거금은 561억4625만원(23.4%)에 그쳤다. 이에 따라 주관사인 KB증권, 메리츠증권(008560), 대신증권(003540)은 무려 1839억원 가량의 미청약 물량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IPO시 총액인수 계약을 맺어 일반청약 흥행이 안 되면 증권사들이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소액투자자 우선배정 등 현행 제도 보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청약 물량을 무턱대고 늘리라는 것은 그만큼 증권사들의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라며 “배정비율과 공모가 산정 등 증권사들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