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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대비해 ‘상품·조직’ 통신사 공식 깬 박정호 SKT 사장

김현아 기자I 2020.06.07 09:05:3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3일 오후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열린 ‘비대면타운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회사 혁신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발생한 극심한 온라인 의존도 현상은 찻잔 속의 태풍일까. 아니면 우리 삶 전반을 바꾸는 대전환의 계기가 된 걸까. 분명한 점은 재택근무와 온라인 개학을 경험했고 한국의 앞선 ICT 인프라 위에서 전자상거래, 식료품 배달 산업이 폭풍 성장했다는 점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언택트(비대면·untact)는 SK텔레콤에 기회다. 구(舊) 시대 공식을 모두 깨겠다”면서, 전방위 혁신안을 발표했다. 지난 3일 오후 을지로 본사 수펙스홀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한 ‘비대면 타운홀’ 미팅에서다. 현장에는 20여 명의 임원만 참석하고, 나머지는 T전화 그룹통화, 영상통화 ‘서로’, PC/모바일 스트리밍, 사내방송 등 다양한 비대면 솔루션을 통해 참여했다. 사전 참석 예약자만 SK ICT 계열사 4만여명 중 1만 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박 사장은 이 자리에서 “전 세계적 언택트 트렌드는 초연결성을 제공하는 ICT기업에 위기이자 기회”라며 “이동통신부터 뉴(New) ICT사업, 기업 문화까지 새로운 시대에 맞게 혁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구시대 공식은 무얼까. ①상품 개발과 평가모델에서 탈통신을 추구하고 ②일하는 방식에서의 비효율을 걷어내며(속도전)③기업문화를 탑다운에서 구성원 위주로 바꾸는 것 등이다.

SKT 직원이 PC를 통해 비대면 타운홀에 참여하고 있다.


①상품: 평가모델 바꾸고 주니어보드 신설

박 사장은 “ICT기업은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해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변해야 한다. 전 영역에서 구 시대 공식을 모두 깰 때”라고 강조하면서 통신사 경쟁력 평가모델을 바꾸고 상품 출시 전 2030 세대에게 검수받겠다고 했다.

그는 “이동통신 경쟁력을 ARPU(가입자당 월 매출), 가입자 수로 계산하고, 점유율을 고지 점령전으로 생각하는 시각부터 탈피해야 한다”며 “디지털 시대에 맞게 각 사업 특성을 고려한 新 평가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당장 손해가 되더라도 모든 신사업을 AI, 클라우드화하는 변화를 시도해야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며 “디지털 시대에는 뉴 ICT 상품을 더 많은 회사에 개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가 주도하는 서비스위원회에 ‘주니어 보드’를 신설해 모든 서비스 출시 전 디지털 세대인 젊은 직원들에게 의사 결정을 받자고 파격 제안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우리의 서비스는 2030세대가 쓰는데 왜 우리(서비스위원회)가 다 결정하고 있는가. 주니어보드가 써보고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②일하는 방식의 비효율 제거: 집에서 10~20분 거리 사무실 출근

SK텔레콤은 코로나 사태때 선제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한 기업이다. 지금은 정상 출근 중이나 박 사장은 본사가 아닌 집에서 10~20분 거리의 사무실로 출근하는 ‘거점 오피스’ 확대와 ICT로 업무효율을 높이는 ‘스마트솔루션’을 강화하기로 했다.

박 사장은 “한 시간 동안 출퇴근 하는데 그게 일하는 시간인지 뭐하는 시간인지 잘 모르겠다. 거점 오피스를 늘리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텔레콤은 종로, 서대문, 분당, 판교 등 4곳에 거점 오피스를 두고 있는데, 이 곳에 가면 마케팅 부서든 개발 부서든 상관 없이 공유 오피스처럼 쓴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은 출근 시간이 따로 없고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유지하지만 통신사들은 정시 출근이 일상적이었다. 하지만, 틀에 박힌 근무환경으로는 글로벌 초일류 ICT 기업과 경쟁이 전면화되는 언택트 시대를 대비할 수 없다는 게 박 사장 생각이다.

③조직도 유연하게: 애자일 그룹 추진

같은 이유로 SK텔레콤은 ▲이번에 실시한 재택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서별 특성을 반영한 ‘디지털 워크2.0’ ▲구성원이 직접 필요조직을 신설하는 ‘애자일(Agile) 그룹’을 추진하기로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빠른 업무 변화에 적응하려면 1년 동안 한 번 세팅된 조직을 유지하는 컨셉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신 것 같다”며 “미래에는 이런 일이 필요한데 회사 조직에는 이 역할을 하는 조직이 없다면 팀원이 애자일 그룹을 제안해 만들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호 사장이 영상통화로 강종렬 ICT인프라센터장과 통화하고 있다


O2O 마케팅 플랫폼 · 언택트 보안 솔루션 등 비대면 사업 강화

이날 행사에서는 박정호 사장과 함께 SK텔레콤 4대 사업부장, 코퍼레이트1,2 센터장, 기업문화센터장이 차례로 발표했다.

경영진은 코로나로 사업 환경이 악화됐으나 축적해온 디지털 역량과 기술이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만들고 있다고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일부에서는 격려가 오히려 강한 책임감과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로 다가와 부담이었다는 평도 있다.

경영진들은 코로나 이후 올해 3~4월 미디어 사업의 주문형비디오(VOD) 매출이 전년 비 10% 이상 성장하고, 동 기간 e커머스의 거래액도 15% 가량 증가했다, 보안 분야에서도 열화상 카메라 수요 확대로 신규 매출이 발생했고, 기존 통신사업(MNO) 영역에서는 5G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신사업기회가 빠르게 열리고 있다고 했다.

이에따라 언택트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온-오프라인 유통망 장점을 연결한 O2O 마케팅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확대 ▲언택트 출입통제 솔루션 출시 ▲동영상 커머스 차별화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박정호 사장은 “위기 속에서도 우리 인프라가 우수하고,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높은 자부심을 느낀다”며 “직원들이 코로나로 거리를 두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디지털로 더 단단하게 결합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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