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는 건강보험공단과 타그리소 약가를 협상할 당시 1000만원 이상의 가격을 주장했다. 건보 적용 협상이 결렬되면 환자가 약값을 오롯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표적항암제는 통상 한 달치 약값이 1000만원 이상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타그리소 약가는 결국 애초 아스트라제네카가 요구한 가격의 절반 수준인 500만~600만원에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약 허가를 받고 약가를 200만원대를 제시한 한미약품의 올리타가 국산 신약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 협상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약가 협상에서 건보공단이 우월적 지위에서 협상을 한 최초의 사례로 평가된다.
제약 주권 강화를 위해서는 성공하지 못한 신약 개발이라도 ‘단순 실패’로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올리타처럼 열매를 맺지 못한 신약이라도 모두 나름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기대를 받는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도 사실 실패한 약이다.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해 임상2상까지 마쳤지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쓰레기통에 처박힐 위기였다.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된 비아그라도 약물재창출로 탄생한 대표적인 약이다. 화이자는 이 약물을 원래 고혈압,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임상 2상에서 약효가 부족해 약물의 투여량을 늘리기 위한 임상1상을 다시 하면서 발기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 발기부전증 치료제로 방향을 틀었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국산 신약개발의 역사에서 시장 성공으로 이어진 약이 많지는 않지만 모든 개발이 의미가 없었던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실패의 경험이 축적됐기에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처럼 100% 독자개발로 미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는 신약도 가능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