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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날 회의에서 표결이 진행되진 않았으나 여야가 검경수사권조정안에 상당한 공감대를 이룬 방증이라는 게 현장의 분위기였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은 몰라도 수사권조정안은 될 수 있겠다는 기대도 나왔다.
‘공수처’가 어렵다면 ‘수사권조정’부터 입법화해보자던 여당 기조가 ‘무조건 공수처’로 바뀐 것은 한 달 뒤인 지난 1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권력기관 개혁 제도화 첫 과제로 공수처 설치를 언급하면서부터다. 문 대통령은 다음날 민주당 원내지도부와의 오찬에서도 다시 공수처 설치를 말했다. 곧 청와대 게시판에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2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결국 뒤에 있던 공수처 설치 법안이 깜빡이도 켜지 않고 추월하려 하면서 그나마 속도를 냈던 수사권조정안도 함께 멈춰섰고 결국 두 검찰개혁 법안은 모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함께 묶이게 됐다. 공수처가 수사권조정안의 발목까지 잡은 셈이다.
치열했던 조국 사태를 거친 국회는 ‘여야 3당 교섭단체 3+3회의’를 열고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선거법개정안, 공수처,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협상을 시작했으나 다시 공수처가 갈등의 전면에 섰다. 한국당은 공수처에 대해 ‘대통령의 또 다른 권력기관’이라고 절대불가입장이다. 협상 여지를 두고 있는 바른미래당도 현 민주당 법안대로 공수처를 설치하면 ‘1980년대 청와대 직속 공안검찰 시즌2’가 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편다.
민주당이 선거법개정안-검찰개혁법안 순서로 통과시키자 약속했던 것과 달리, 검찰개혁법안을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국당을 뺀 여야 4당 패스트트랙 공조도 심상치 않다. 특히 패스트트랙에 동참한 야당 중 가장 의석수가 많은 바른미래당은 순서가 뒤바뀐다면 가장 먼저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본질적인 문제는 공수처가 정말로 ‘검찰개혁을 위한 검찰 권한의 축소’와 밀접하게 잇닿아 있는가다. 정착 검찰은 수사종결권을 포함한 수사지휘권을 경찰에 내주게 되는 검경수사권조정안을 불편해할 뿐 공수처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문무일 전 검찰총장도 공수처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단 입장을 내기도 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검찰 출신인 금태섭·조응천 의원은 공수처가 새로운 권력기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패스트트랙 법안 전체의 X맨이 된다면 그로 인해 검경수사권조정안마저 통과하지 못하게 된다면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목표는 모두 물거품이 된다. 여당이 공들였던 수사권조정안 협상마저 망치며 공수처를 맨 앞에 세웠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유일한 이유는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