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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기술수출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언제 어떻게 파기될지 모른다. 임상 시험 자체가 어렵기도 하거니와 중간에 경쟁사 약물이 출시될 수도 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신약개발의 선도자 지위를 뺏기지 않기 위해 일부러 국내사와 맺은 계약을 어그러뜨린다는 설도 없진 않다. 국내 기술수출의 가능성을 보인 한미약품도 11건의 기술수출을 했지만 4건이 권리반환 됐고 1건은 계약이 변경됐다.
‘베링거인겔하임 쇼크’에 이어 2016년 12월에는 한미약품이 제약사 사노피에 지속형 당뇨치료제로 수출했던 퀀텀 프로젝트(에페글레나타이드·지속형인슐린·지속형인슐린콤보)중 지속형인슐린 권리가 반환됐다. 이에 따라 계약금 4억 유로에 마일스톤까지 합한 총 39억유로 계약액이 계약금 2억400만 유로에 총 27억2000만 유로로 쪼그라들었다. 또 2018년 3월에는 한미약품이 제약사 자이랩과 맺은 폐암 신약 후보물질 ‘올무티닙’의 권리가 돌아왔다. 올무티닙의 경쟁약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시장에 먼저 나왔기 때문이다.
올해 1월에도 한미약품이 제약사 릴리에 6억9000만 달러로 수출했던 면역질환치료제(HM71224)의 권리가 반환됐다. 지난 7월에는 다국적 제약사 얀센이 한미약품과 맺은 비만·당뇨치료제 HM12525A의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했다. HM12525A가 당뇨를 동반한 비만환자의 혈당조절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탓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기술수출 반환 건 중 아직 재수출 된 건 없다”며 “다른 적응증을 대상으로 개발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약 기술수출은 꺼진 불도 다시봐야 한다. 한쪽에서 반환됐더라도 다른 곳에 팔 수 있다. 실제 유한양행(000100)은 2016년 7월 제약사 뤼신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1억2000만달러에 기술이전했다 돌려받았지만 지난해 다시 얀센에 1조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