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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박순엽 기자]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를 앞다퉈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세금만 쓰는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면허를 반납하는 노인 대부분이 운전을 하지 않는 ‘장롱면허’ 소지자인데 교통사고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車 없는 노인이 반납하는 면허, 효과 있을까
서울 한 경로당에서 만난 이모(81)씨는 “타는 횟수에 비해 매달 차량 유지비만 들어가는 것이 부담 돼 이미 차를 처분했다”며 “경찰서에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10만원 교통카드를 준다고 해 차도 판 김에 면허도 반납했다”고 말했다.
2일 서울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달 15일부터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운전면허 자진반납’ 캠페인에 일주일 만에 교통카드 지급 예정자 수(1000명)를 훌쩍 넘는 3463명(3월 29일 기준)이 참여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중 780여건은 이미 반납 절차가 마무리됐다. 이 캠페인이 9월말까지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참여자는 수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캠페인은 면허를 반납한 노인 중 일부를 추첨해 10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내용으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 앞서 부산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최근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논란이 되면서 여러 지자체로 확산됐다.
문제는 면허를 반납하고 있는 노인의 대부분이 이미 운전대를 잡은 지 오래된 이들이라는 점이다. 사실상 ‘장롱면허’를 반납하고 있어 교통사고 예방과 연관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지자체가 분위기에 편승한 나머지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택시기사 A(62)씨는 “사람마다 운전 능력은 다르다”며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퇴화되는 속도도 다르다”며 면허 자진 반납 분위기에 동의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교통카드 주는 건 포퓰리즘 같다”며 “운전을 안 하던 사람이나 반납하지 우리 같이 직업으로 운전하는 사람은 절대 반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상임대표는 “면허 반납 시책은 지자체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운전하지 않는 사람들의 면허를 100만명 받아봤자 무슨 실효성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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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 해당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정책을 가장 먼저 추진한 부산에서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자 수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부산지방경찰청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 중 면허를 반납한 운전자는 총 5280명으로 전년(407명)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자 수는 36명에서 21명으로 41.7% 줄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운전을 하지 않는 노인들이 면허를 반납하는 경우가 많긴 하겠지만, 부산의 사례는 충분히 유의미한 통계”라며 “면허를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 중 실질 운전자가 5% 정도만 된다고 해도 사고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회성 교통비 지원보다는 면허를 포기했을 때 ‘이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야 실질 운전자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통비를 일회성으로 지원하는 정도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워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 운전자 문제를 겪은 일본의 경우 면허를 반납해도 노인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가 나서 이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김 상임대표는 “일본에선 면허 반납 노인에 대해 대중교통은 물론 대형마트 등에서 물품을 구입했을 때 택시비까지 지원한다”며 “지자체별로 정책을 시행할 게 아니라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면허를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