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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택시 잡으려는 승객이 강남이나 홍대, 종로에 많다는 걸 모르는 기사도 있답니까. 기사는 물론이고 승객들 조차도 어느 지역에서 몇 시 정도면 택시 수요가 많거나 적다는 걸 다 아는데 그걸 알려준다고 인공지능(AI) 택시를 도입하겠다니요.”
지난 22일 금요일 밤. 종로 거리는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들과 `빈차` 등을 켜고서도 그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는 택시들이 뒤섞여 있었다. 카카오택시의 스마트호출을 여러 차례 한 끝에 겨우 탄 택시에서 슬쩍 꺼낸 AI택시 얘기에 택시기사 김모씨는 “쓸데없는 탁상행정”이라며 코웃음 쳤다.
서울시가 택시기사들에게 승객이 많은 장소를 알려주는 AI택시를 도입할 계획이다. 택시 승하차 이력과 기상, 인구통계, 상권, 대중교통 정보 등 택시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모두 더해 실시간 택시수요를 예측해 기사에게 가까운 거리에 승객이 많은 장소가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부터 법인택시 5개사 380대를 대상으로 이 기술을 시범적용하고 있는데 서울시의 `스마트 도시` 계획에 맞춰 시(市) 전체 택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택시비 인상과 카풀 서비스 도입 난항으로 예민해진 시민들과 기사들은 이런 AI택시 도입계획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사실 서울시의 택시 승차난은 택시기사가 승객이 많은 곳을 몰라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단거리 승객, 목적지에서 다시 승객을 태울 수 없는 곳, 승객을 태우러 가기까지 교통상황이 안 좋은 곳 등을 꺼리는 택시들이 승객을 골라태우는 게 주요 원인이다.
그런데 수요가 많은 곳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려주기만` 하겠다니 알멩이가 빠졌다. 수요와 공급을 매칭하는 스마트 택시가 되려면 결국 손님을 태우는 강제 배차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I기술이 승차 거부와 골라 태우기를 부추기는 데 그칠 수 있다. 택시기사들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승객이 많은 곳으로 이동해 결국 또 입맛에 맞는 승객만 골라 태우면 그만이다. 가뜩이나 택시 수요가 많지 않아 택시가 잘 다니지 않는 곳은 아예 택시기사들로부터 외면받는 지역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승객이 승차거부 없이 택시를 탈 권리는 더 많은 비용을 내야만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음달이면 도입 1년이 되는 카카오택시의 스마트호출. 카카오측은 고객 선택권을 넓혔다고 했지만, 일반호출에 응답하지 않던 택시들이 1000원이 비싼 스마트호출에 단번에 답하면서 승객들에게 자연스럽게 택시비 추가 부담을 지우고 있다.
지난 20일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승차거부 없는 택시 `웨이고블루`도 추가 이용료 3000원이 더 붙어 기본료만 6800원이다. 회사원 이모씨는 “택시 기본요금 뿐 아니라 미터당 요금도 올라 단거리 이동시에도 부담이 크다”며 “하지만 여전히 피크타임때는 택시 잡기가 어려운데 AI택시든 승차거부 없는 택시든 택시 정책에 승객에 대한 배려는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