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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서울 노원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강의실. 이날 수업에 나선 한국어교사 강혜진(49)씨가 던진 질문에 17명의 학생이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학생들은 동남아 등에서 온 결혼 이주여성과 중도입국자녀(외국에서 태어나 자라다 부모를 따라 입국한 자녀)들이다. 주로 베트남과 중국 출신이지만 우즈베키스탄·몽골·라오스 등지에서 온 이들도 있다.
가을비가 내린 이날 날씨는 쌀쌀했지만 교실은 열기로 뜨거웠다. 강 교사는 학생들에게 채점한 숙제를 돌려주면서 부족한 부분을 설명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치아를 닦고… 한국에서 치아를 닦는다는 표현은 잘 안 써요. ‘이를 닦은 후에’라고 써야 자연스러워요.”
수업은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여성결혼이민자와 함께하는 한국어 2’ 교재를 사용한다. 책에는 이주여성들이 가정에서 대화하며 쓸 법한 표현들이 실려 있다.
학생들은 이날 수업에서 명사와 형용사에 ‘겠’을 붙여 추측하는 표현을 만드는 법과 형용사에 ‘아/어’를 붙여 타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교사가 예시 문장을 말하자 학생들은 따라 읽으며 받아 적었다.
이후 받아쓰기 시험이 이어졌다. “통장을 만들러 왔어요” “이 신청서를 써주세요” “잠시만 기다리세요”와 같은 실제 생활에서 이주민들이 사용할 법한 문장이 주로 등장했다.
강 교사는 유일한 남학생인 중도입국자녀 A씨를 바라보며 “여자친구가 생기면 기분이 좋겠어요”라는 문장을 예로 들기도 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은 ‘초급 2’ 수준이다. 한국어서 나고 자란 아이를 기준으로 미취학 아동 수준이다. 지난 학기 이곳에서 진행한 초급 1 수업을 마친 이들은 한글 자·모음을 외우고 기초 어휘를 갓 뗀 상태다. 강 교사는 설명을 돕기 위해 영어 단어나 그림 자료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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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부족한 한국어 실력을 열정으로 채웠다. 한 이주여성 학생은 따로 돌봐줄 사람이 없어 아이를 데리고 수업을 들었다.
수업 중간에 아이가 칭얼대거나 필기구를 바닥으로 던져도 아이를 달래가며 수업에 집중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우는 아이를 함께 달래며 수업을 이어 나갔다. 쉬는 시간에는 교사를 붙잡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질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는 분명히 어렵고 낯선 언어지만 한국 생활 적응과 가족간 소통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육아와 집안일 등에 치여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는 아이를 업고 한국어 공부에 임하는 이유다.
대만에서 온 이주여성 홍모(36)씨는 “한국에 온 지는 4년째지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건 이제 1년이 됐다”며 “한국어를 잘 못해 남편과도 아직은 중국어로 대화한다. 수업을 열심히 들어서 남편이나 한국인 친구들과도 한국어로 대화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온 또다른 이주여성도 “수업에 매번 다 참여하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한국어 실력이 늘고 있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이주여성들은 센터를 나가 집으로 돌아가면 예·복습을 할 시간이 거의 없어 수업시간이 한국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의 전부”라면서도 “최대한 성실히 수업에 참석해 배우려는 모습에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고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