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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 선거구 최대 격전지…경상도·강원도 교두보
12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구 중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제천시단양군은 지리적으로 북쪽은 강원도, 남쪽으로는 경상도를 접한다. 강원도와 경상도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두보다. 또 이 지역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에 힘입은 서재관 17대 국회의원(당시 열린우리당)을 제외하고는 민주당계가 제대로 발붙이지 못한 ‘보수의 텃밭’이다.
민주당과 한국당 지도부가 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5일, 제천시에 동시에 출격해 약 160m 거리를 두고 유세를 벌이며 지지를 호소한 것도 양측에게 국회의원 1석 이상의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추미애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당대표)은 “평화가 잘 돼야 투자도 일어나서 경제도 잘 되고 지방도 웃음꽃이 피어날 수 있다”며 “(한국당이)발목잡기 전에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자랑스러운 충청인들이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6.13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보들 간 신경전도 치열했다. 이후삼 민주당 후보는 “반드시 제천단양에서 이겨서 강원도·경상도에서 올라오는 한국당의 바람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두 차례 제천시장을 역임한 엄태영 한국당 후보는 “지역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는 나에게 기회를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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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장과 거리에서 만난 다수의 제천 시민들은 지지후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강원도와 충청도 방언이 섞인 제천 특유의 사투리로 “모르겠다”고 답했다. 제천시민들은 ‘한국당에 표를 던지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을 지지할 지도 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를 담아 “모르겠다”고 표현했다.
제천 중앙시장에서 만난 상인 남모(53·여)씨는 “계속 한국당을 밀어줬는데 이번에는 잘 모르겠다. 실망스러운 일이 많았다”면서도 “민주당을 찍을 지 결정 못했다”고 했다. 분식류를 파는 30대 청년도 “전에는 한국당을 뽑았는데 이번에는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투표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이들도 많았다.
제천 내토시장 앞을 지나던 이모(24)씨는 “정당은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제천시장과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는 한국당 후보를 선택할 예정”이라며 “주위 20대 친구들도 모두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반반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보수의 텃밭’이라는 평가답게 뚜렷한 한국당 지지층도 적지 않다. 특히 제천지역 경제 침체에 대한 불만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전체적인 선거 분위기가 너무 민주당으로 쏠린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제천역 인근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홍모(59)씨는 “박근혜 정부 때보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 제천 경기가 훨씬 안 좋아졌다”며 “그럼에도 정부와 민주당은 북한에 퍼줄 생각만 하지 지역경제를 살리려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함께 손님을 기다리던 4명의 택시기사들 뜻을 같이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보수적 지역이지만 아직까지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바닥민심은 최근 여론조사에도 드러난다. MBC 등 지상파 3사가 코리아리서치센터 등에 의뢰해 지난 1~3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4.4%p)에 따르면 제천시단양군 국회의원 재선거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39.3%에 달했다. 이후삼 민주당 후보(35.8%)가 엄태영 한국당 후보(22.5%)를 13.3%포인트 앞서고 있으나, 1위 지지율보다 많은 40% 부동층의 선택에 따라 순위는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제천시민은 지지 정당 및 후보와 관계없이 이번 선거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중앙시장의 60대 상인은 “예전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면 이번은 다르다는 느낌이 온다”면서도 “충청도 사람들은 속내를 잘 밝히지 않는다. 여론조사와 관계없이 직접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