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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열풍’...미사역 파라곤에 8만여개 통장 쏠려
전날인 31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의 ‘미사역 파라곤’ 주상복합아파트는 809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무려 8만 4875명이 신청해 평균 10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3년 분양한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에 9만 7279명이 몰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청약자가 신청한 것이다.
이 아파트는 정부 분양가 규제로 3.3㎡당 1430만원대로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주변 시세 대비 최소 3억~4억원 가량 저렴해 ‘울트라 로또’, ‘반값 아파트’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날 청약을 받은 수도권의 또 다른 관심단지인 경기 안양 평촌 어바인 퍼스트도 1192가구 일반분양에 총 5만8690명이 청약해 평균 49.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비조정지역에서 공급되는 단지여서 세대주와 무관하게 1순위 청약을 할 수 있고, 계약 후 6개월이면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투자 수요가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다.
이런 탓에 이날 오전 금융결제원 청약 사이트 ‘아파트투유(APT2you)’에는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접속 장애가 발생, 오전 한때 청약이 지연되기도 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과거 부산 청약시장이 과열됐을 때 청약자가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시스템이 느려지는 현상이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중단된 적은 없었다”며 “그만큼 청약 열기가 뜨겁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집값 안정화를 잡기 위한 정부의 분양가 규제가 강화될수록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 단지’를 만들어내면서 투기성 청약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약단지마다 수만 개의 청약통장이 몰린 것을 순수하게 내집 마련을 위한 청약자들로만 볼 수 있겠느냐”며 “정부가 집값 안정화라는 명분으로 분양가 규제에 나설수록 투기 수요를 양산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분양 시장의 거침없는 질주와 달리 서울의 재건축 단지 등 기존 아파트 시장은 거래가 끊기며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이후 매수·매도 양측이 선뜻 움직이지 못하는 관망 장세가 이어지면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의 5월 아파트 매매거래(신고일 기준) 530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에 167.9건 꼴로 전년 동월(일 328.8건)대비 절반(48.9%)에 불과하다. 전달(6268)에 비해 15.3% 줄어들었다. 서초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대부분 자치구에서 전월 대비 10~20%가량 매매 거래량이 감소했다.
특히 종로구는 4월 245건에서 5월 39건으로 84%나 거래량이 급감하며 감소률이 가장 컸다. 종로구 교남동 B공인 관계자는 “4월부터 거래가 아예 끊겼다고 보면 된다”며 “지금 경희궁자이의 전용면적 84㎡의 시세가 13억~14원인데 이는 3월 말에 형성된 것으로 거래자체가 없어 호가 마저 정체 상태”라고 말했다.
거래 절벽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가격이 급등했던 일부 단지들은 매매값 조정도 나타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는 올해 초 17억 8000만원까지 매매거래가 이뤄졌는데 지난달 초 16억원대까지 매매값이 떨어졌다. 저층은 15억원에 팔린 것도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통보 대상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전용면적 72㎡도 올 초 19억원 하던 호가가 지난 달 17억원대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기존 아파트 시장은 각종 규제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진만큼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분양 시장에만 자금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같은 정부가 내놓은 규제인데도 한쪽은 과열을 다른 한쪽은 침체를 불러온 모순된 상황”이라며 “기존 주택 거래시장은 그간 단기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보유세 개편을 앞두고 불확실성도 더 커지고 있어 당분간 외면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