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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말 열릴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난 2일 이사회를 개최했지만 지주사 전환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 이사회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계획하고 있긴 하지만 이날 이사회에서 논의는 없었다. 지주전환 예비인가 승인신청 등 구체적 움직임도 아직 없다”며 “3월 주총 전에 이사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논의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달 안에는 지주사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 내다본 업계의 관측과는 어긋나는 상황이다. 지주사 인가 신청과 금융감독원을 거쳐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 주주총회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연내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이달까지는 지주사 예비인가 승인 신청 계획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23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경영 효율성 제고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에 의지를 드러낸 건 지난 2016년 말이다. 당시 과점주주 매각으로 민영화에 성공하며 지주사 전환에 의지를 높였으나 이듬해 이광구 전 행장의 채용비리 논란과 잔여지분 매각, 조기 대선에 따른 당국 인선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겹치며 지주사 전환 이슈는 뒷전으로 물러났다.
이에 지난해 말 취임한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목표로 내세우며 지주사 전환 재추진 기회를 엿보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순이익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지주사 전환의 체력을 키웠다는 점도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말 양도차익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주사 전환의 장벽 중 하나였던 과세부담도 해결돼 전환 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내외부 변수들이 남아 있다. 지주사 전환은 금융당국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만큼 은행의 의지뿐만 아니라 당국의 상황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현재 당국 입장에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이슈화된 한국GM 사태와 금호타이어, STX·성동조선 등 기업구조조정과 채용비리 등을 우선 순위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기상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논의를 본격화하기 어려운 셈이다. 아울러 이광구 전 행장의 채용비리 검찰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데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게 20억원에 이르는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은행 입장에선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잔여지분 매각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의 지분 18.4%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로 우리은행은 예보의 잔여지분 매각으로 완전 민영화와 지주사 전환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예보가 “매각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은행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물론 ‘선 지주사 전환, 후 잔여 지분 매각’의 방안도 가능하지만 예보가 잔여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면 정부의 입김 하의 ‘반쪽자리 지주’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선택이 쉽지 않다.
이와 관련 예보의 잔여지분 매각을 결정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측은 “시장 상황과 매각 요건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잡히지 않았다”며 “매각 규모가 상당하고 은행 경영을 잘할 수 있는 곳을 신중하게 찾다보니 매각이 빠르게 결정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