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턴은 무엇이든 측정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는 어느 날 완두콩이 눈에 들어왔다. “부모 완두콩이 크면 자식 완두콩 크기도 클까”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는 실험을 하기 위해 수천 개의 완두콩을 구한 뒤 크기별로 7개 집단으로 나눴다. 그리고는 다음해에 그 완두콩들을 따로 심어 수확했다. 결과는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부모 완두콩이 크다고 해서 자식 완두콩도 큰 것이 아니었다. 대체적으로 크고 작은 완두콩이 섞여 있었다. 반대로 부모 완두콩이 작아도 자식들 역시 크고 작은 게 골고루 분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결국 완두콩이 극단적으로 크지 않고 평균 크기로 수렴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평균회귀’이다. 평균회귀가 없었다면 큰 완두콩은 몇 백년 후대에서는 호박만한 크기가 되었을 것이고, 작은 완두콩은 좁쌀만한 크기로 작아져 있었을 것이다.
일상에서 우리는 평균회귀라고 표현하지 않을 뿐 이 개념을 자주 듣고 경험한다. 우리는 즐거울 때보다 힘들 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경구를 떠올린다. 그 아득한 옛날 다윗왕의 반지에 새겨진 이 글귀는 오늘날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저명인사들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모토다. 평균회귀는 과거의 일을 분석하거나 철학적으로 사고할 때 유용한 도구다. 그래서 ‘일은 반드시 바른 곳으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을 빗대 사필귀평(事必歸平)으로 표현한다. ‘세상 일은 반드시 평균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부동산시장에서도 평균회귀 현상을 받아들이면 합리적 사고에 도움을 준다. 부동산에서는 영원한 호황도, 영원한 불황도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불황과 호황을 반복하는 사이클이다. 사람들은 오늘 집값이 오르면 내일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이른바 ‘지속 편향’에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달이 차면 기울 듯 가격도 많이 오르면 내리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요즘 주택시장을 보면서 평균회귀의 가치를 떠올린다. 서울과 수도권을 기준으로 2013년 초부터 집값이 상승세가 시작, 지금까지 5년 가까이 올랐다. 상승세가 언제 꺾일지는 점술가가 아닌 이상 정확하게 알아맞힐 수는 없다. 이런 안개 속 장세에서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보수적인 사고를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증대된 만큼 무리한 투자보다는 안전 투자로 접근을 하는 것이다. 지렛대를 최대한 활용하는 공격적인 투자보다 자기자본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좋다.
가뜩이나 내년 주택시장은 악재 투성이다. 전방위적인 대출 및 세금 규제, 입주 물량 홍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집값이 추가 상승하기에는 시장 에너지가 약하고, 서울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일희일비하기보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 시장을 멀리 바라보는 망원경이 필요하다. 그리고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서로 오간다는 ‘사이클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다. 바로 프랜시스 골턴이 완두콩에서 찾아낸 평균회귀의 교훈을 마음에 새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