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용 임대시장으로'… 외국계 컨설팅사, 먹거리 찾아나섰다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해외 연기금이나 기관들을 상대로 상업용 오피스빌딩 매매·임대 컨설팅을 주로 맡아왔던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들이 주거용 부동산 관리시장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다. 대형 빌딩 내 상가 임대나 물류 창고 대여 등을 넘어 주거용 부동산을 총괄 관리하는 민간 임대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오피스빌딩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국내 주거시장 역시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임대 수요가 충분하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새 먹거리 찾아라” 사업 다각화 활발

오피스 매매 컨설팅 분야에서 정평이 나 있는 세빌스코리아는 지난달 주거용 부동산 개발사업 총괄 관리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주거용 부동산을 개발하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총괄 관리하며 투자자를 찾고 임차인(세입자)를 주선하는 것은 물론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조달하는 종합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서울 영등포동 7가에 들어설 300실 규모의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총괄 관리 계약을 이미 지난해 말 체결했다. 인허가와 투자자 선정 등이 완료되면 올해 공사에 들어가 2019년께 임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세빌스코리아는 활동 보폭을 주거 서비스 제공으로까지 넓히고 있다. 영등포 외에도 서대문·강남 등 기업체들이 많이 몰려 있는 역세권 단지를 중심으로 20~30대 직장인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 주거 서비스를 제공, 임대 후 관리시장에 자리를 잡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전경돈 세빌스코리아 대표는 “단순히 임대를 놓는 데 그치지 않고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임대 운영까지 아우르는 종합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민간 기업형 임대사업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글로벌 부동산 전문업체인 존스랑라살르(JLL)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 주거 부동산 서비스팀을 설립했다. JLL은 고급 주택 단지나 아파트, 빌라를 개발할 때부터 서비스 계약을 맺고 입주자 모집과 임차인·시설물 관리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강남권에서 중소형 빌딩 투자와 주거 임대를 강화하기 위해 강남사무소까지 문을 열었다. JLL은 수요자들이 건설사 브랜드를 보고 매입 여부를 판단하듯 부동산 서비스를 보고 해당 아파트를 판단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월세 비중 높아지자 임대 관리시장 ‘눈독’

세빌스코리아와 JLL,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등 굵직굵직한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들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부터 국내 시장으로 진입했다. 당시 국내 오피스빌딩 수익률이 연 10%대에 달하며 해외 ‘큰 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컨설팅 업체들 역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들어온 것이다.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들은 네트워크와 전문성,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 안착했다. 실제로 JLL은 설립한 지 230년이 넘었고 전세계 80여개국에 진출해 280개 지사를 보유하고 있다. 직원 수도 6만명을 넘어선다. 1855년에 설립된 세빌스는 유럽 최대 증권시장인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오피스 수익률이 연 4~5%대로 하락한데다 공급 과잉 우려가 높아지자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들도 다양한 먹거리 찾기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때마침 국내 주거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3~4년 전만 해도 국내 임대차 거래시장에서 전세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저금리가 장기화되고 1~2인 가구가 늘면서 오피스텔이 급증하며 월세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내 민간 임대 관리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5월 30개였던 민간 주택임대관리업 등록업체는 지난해 1월 174곳으로 증가했다. 2014년 민간 업체에 임대 관리를 맡긴 가구 수도 2974가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월 현재 1만4034가구로 늘어났다.

이처럼 임대 관리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외국계 컨설팅 업체들은 이미 일본·싱가포르·홍콩 등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호텔 등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부동산 서비스를 시행한 경험을 내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이들 업체는 도심 호화 오피스텔을 관리하거나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들을 간호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진 임대주택을 운영한 노하우도 갖추고 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여전히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시장이 월세 위주로 재편되면서 주택 임대 관리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법 제도나 세제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며 “법인세·부가세 등 각종 세제 혜택과 중개업 허용 등을 통해 국내 업체들의 제도권 진입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