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대박' 옆동네는 '쪽박'…분양시장 양극화 극심

박종오 기자I 2015.09.01 06:00:00
△아파트 분양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최근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GS건설이 경기도 광교신도시에서 최근 분양한 ‘광교 파크자이 더 테라스’ 아파트의 모델하우스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GS건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달 말 울산 중구 복산동에서 분양한 ‘복산 아이파크’ 아파트. 울산 시내 무주택자 등이 지역주택조합을 꾸려 짓는 단지로, 모델하우스를 조합 사무실 안에 임시로 만들었을 정도로 홍보에 공을 덜 들였으나 실제 청약에서는 대박이 터졌다. 지난달 25일 1순위 청약 결과, 93가구 모집에 2만 3860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이 257대 1에 달했던 것. 8월 중 전국 최고 기록이다. 중구 우정동에 있는 뉴가람공인 유동열 소장은 “조합원 입주권에 웃돈(프리미엄)이 벌써 3000만원 정도 붙는 등 시장 분위기가 뜨거워 모델하우스도 보지 않고 청약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충북 영동군 영동읍에서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영동 크로바 파크뷰’ 아파트는 사정이 딴판이었다. 지난달 26일 2순위 청약까지 마쳤지만 56가구 모집에 단 한 명도 청약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지역·단지별 청약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서울과 경기, 광역시 등 인기 지역 아파트의 경우 당첨 경쟁률이 최고 수백 대 1을 웃돌지만, 강원과 전라·충청권 분양 단지는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는 ‘빈익빈 부익부’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본지가 8월 1일부터 28일까지 전국에서 청약 접수를 진행한 민간·공공 분양 아파트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 39개 단지 중 청약 1순위에서 마감한 단지는 전체의 46%인 18곳에 달했다. 2순위 마감은 6곳(15%)이었고, 순위 내 마감에 실패한 단지도 15곳(38%)이나 됐다.

한 달 전인 7월에는 전체 73개 단지 중 26곳(36%)이 1순위 마감을, 23곳(31%)이 청약 미달을 기록했다. 청약 2순위에서 마감하는 단지가 줄고, ‘대박’이 아니면 ‘쪽박’인 양극단을 오가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1순위에서 청약 마감된 단지는 대부분 서울과 경기권 신도시, 경남, 광주·대구·부산·울산 등 광역시에서 나왔다. 경남 김해시 부원동에서 지난달 말 분양한 ‘김해 부원역 그린코아 더 센텀’ 아파트의 경우 266가구 공급에 청약통장이 무려 1만 7570개 몰렸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66대 1이었다.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으려고 66명이 경쟁을 벌인 것이다. 부산 동래구와 사상구에서 선보인 ‘동래 동일스위트’(평균 청약 경쟁률 47대 1)와 ‘구남역 동원로얄듀크’ 아파트(29대 1) 등도 경쟁률이 수십 대 1을 웃돌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국제아파트를 재건축한 ‘대치 SK뷰’(평균 청약 경쟁률 51대 1),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분양한 ‘광교 파크자이 더 테라스’(54대 1), ‘광교 중흥 S-클래스’(39대 1) 등도 기대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전남 무안·영광, 전북 군산·익산·전주, 충남 당진·예산 등 비인기지역 아파트 상당수는 흥행에 참패했다. 전북 익산시에 공급된 ‘익산 세경1차’(230가구·이하 일반 분양)와 전남 영광군 ‘영광 신구프라임 힐스’(46가구), 강원 춘천시 ‘춘천장학 S블록 사랑으로 부영’(40가구) 등은 청약 접수자가 단 1명에 그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원과 전라도 등은 분양시장 가수요에 불을 댕길만한 뾰족한 도화선이 없어 청약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대구·부산 등 분양시장이 수년째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는 지역도 내년부터 입주 물량 증가, 금리 인상,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효과 등이 맞물릴 경우 투자 심리가 빠른 속도로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민간·공공 분양 아파트 청약 결과 [단위:개, 자료:금융결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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