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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스타일)첼시의 웨딩드레스

김경민 기자I 2010.08.11 10:00:00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지난주 발표된 7월 미국 고용지표는 더블딥(이중침체) 망령을 부활시켰다. 소폭 증가세를 보였지만 민간고용은 예상치에 크게 못 미쳤고 실업률은 9.5%에 머물렀다. 아예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확산되면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외동딸 첼시의 결혼식이 새삼 눈총을 받고 있다.

첼시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투자금융가 마크 메즈빈스키와 삼엄한 경비 속에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장 주변은 철통 같은 보안 속에 일체의 외부인 접근이 차단됐다. 상공에는 고도 610m 이하 비행이 금지됐을 정도였다.

아무것도 공개된 것이 없지만 단 하나 첼시의 웨딩드레스만은 예외였다. 결혼식 이후 언론에 배포된 4~5장의 사진에서 웨딩드레스는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줬다.

첼시가 입은 드레스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베라 왕이 만든 것으로, 어깨끈이 없고 풍성한 소용돌이 무늬로 포인트를 준 아이보리색 실크 드레스였다. 허리를 수놓은 은색 장식물은 베라왕이 올해 신부 컬렉션에서 선보인 최신작. 한 눈에 봐도 만만찮은 가격임을 알 수 있다.

드레스 가격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베라왕의 다른 드레스와 비교할 때 대략 2만달러(한화 2300만원 상당)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첼시의 드레스는 이번 결혼식이 얼마나 초호화판으로 진행됐는지를 상징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 신랑 마크도 버버리 턱시도를 뽐냈고, 힐러리 클린턴은 오스카 드 라 렌타가 디자인한 자주색 드레스로 치장했다.

예식장으로 이용된 애스터 코트 저택은 허드슨 강변에 위치한 고급 주택으로,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을 본떠 지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 저택을 꾸미는 데 쓰인 꽃값만 20만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음식값은 80만달러, 야외 천막을 치는 비용으로는 70만달러가 쓰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경비원 고용비용까지 고려한다면 많게는 최대 500만달러(60억원)까지 들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전 대통령 딸의 결혼식이라고는 하나 결혼식 규모나 경비 수준은 현직 대통령의 딸 결혼식 못잖았다. 물론 대통령의 딸이라고 모두 호화 결혼식을 올린 건 아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둘째 딸 제나는 지난 2008년 텍사스 농장에서 10만달러 규모의 나름대로 소박(?)한 결혼식을 치렀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딸 에이미는 결혼 선물을 사양하며 결혼식을 올렸고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딸 수전은 1979년 캘리포니아의 한 교회에서 결혼했다.

미국 경제는 높은 실업률과 저조한 소비의 이중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인은 물론 전세계인이 경제지표 하나하나에 울고 웃는 상황이다. 이런 때에 전 대통령 딸의 요란한 결혼식에 대한 시선은 고울 리가 없다. 결혼 비용을 둘러싸고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끊임없이 지속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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