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겸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환경에 따른 식물의 성장 변화를 예로 들며 초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을 경쟁에서 찾았다. 그는 “좁은 곳에 식물을 듬성듬성 심으면 빨리 싹을 틔우고 큰다. 그런데 빼곡하게 심으면 밑에 있는 얘는 내가 싹을 키우기보다는 어떻게든 옆 식물보다 물을 빠르게 받아들여 자기 성장에만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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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태 교수는 “1970년대생은 공부를 아주 잘하면 전부 서울대를 썼지만 지방에서 좀 잘하면 부산대나 경북대 등 지역 대학을 갔다. 지금은 이제 그런 게 없다”며 “수도권 집중화로 청년이 몰리며 엄청난 경쟁을 만들었다. 무조건 다 ‘인(In) 서울’ 해야 하는 구조다. 아이들은 줄었지만 경쟁은 훨씬 더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일 걱정되는 이들은 1990년대생이 아닌 2000년대 생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의 경우 출생아수가 20만명대로 경쟁이 분명히 줄어야 하는데 이전과 똑같은 경쟁심을 느끼면서 자라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제도를 쓰면 똑같은 경쟁 속에서 또 출산을 안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필요조건으로 이들의 경쟁을 낮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도권으로의 집중화를 없앨 필요가 있다고 봤다. 조 교수는 “요즘 아이들 2명 중 1명이 수도권에서 태어나 수도권밖에 모르다 보니 지방에 가서 살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기회가 서울만이 아니라 다른 데도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 더 많이 노출할 수 있게 기회를 어려서부터 만들어 주고 해외 경험도 해서 사고도 넓어지게 해야 한다”며 “그래야 이 친구들이 10년 뒤엔 ‘서울에서 삼성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가장 걱정되는 게 2000년대생이지만 이들이 대한민국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리고 그 해법을 2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이데일리 전략포럼 기조강연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그는 “위기가 기회가 되려면 혁신이 필요하다”며 “사회 시스템을 새로운 인구에 맞게 바꿔야 한다. 인구는 예측이 가능하다. 바꿔야 할 방향성도 정해져 있다. 그동안 바꾸려 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이젠 이걸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