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잊고 `이재명 수호` 장외투쟁 나선 민주당[국회기자 24시]

이상원 기자I 2023.02.04 09:45:00

野, 尹정권 규탄 국민보고대회
검찰 규탄·이상민 탄핵·김건희 특검 촉구
일각서 `이재명 방탄` 성격 못 지워
`제2의 조국사태`될까 우려도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4일 서울 시청 인근은 ‘파란 물결’로 덮일 예정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6년 여 만에 장외 투쟁에 나서면서입니다.

기시감이 짙습니다. 전날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키기 위해 ‘조국 사수’를 외쳤던 서초동 집회가 연상됩니다. 민주당은 이번 국민보고대회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으로 해석되는 것에 분명한 선을 긋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맞불 성격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습니다. 또다시 ‘팬덤정치’가 민주당을 잠식하지 않을지 우려가 됩니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뉴시스)
◇尹규탄하며 6년 만에 장외 집회 나서는 野

민주당은 이날 오후 서울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숭례문 방향 도로에서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정권 규탄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합니다. 이날 보고대회에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지역위원회 당원, 당직자까지. 말 그대로 민주당이 ‘총집결’ 합니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권의 일방 독주 및 검찰 조작 수사 규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이태원 참사 책임자 파면 △김건희 여사 특검 등을 촉구할 방침입니다. 마지막 피날레로 이재명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대응보다 민생을 앞세운 연설에 나서며 ‘대안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할 예정이죠.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성토를 국민보고대회의 목적으로 규정했지만 당내 일각에서마저 여전히 ‘이재명 방탄’ 성격의 집회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장외 투쟁 통보를 알리자 일부 의원의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죠. 한 비명(非이재명)계 의원은 “시기와 내용 모두 잘못됐다”며 “국민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검찰의 수사를 조금 피해 폭등한 난방비, 지속하는 고물가·고금리 등을 강조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상민 탄핵·김건희 특검도 필요하지만 이는 정쟁에 그칠뿐 중도층에 아무런 소구력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2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보기에는 결국은 맞불을 놓고 방탄하기 위한 거 아니냐. 민주당 전체가 똘똘 뭉쳐서 또 방탄을 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볼 수가 있다”고 한 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 대표도 투쟁에 앞서 다시 한 번 ‘단일대오’를 강조했습니다.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작은 차이를 넘어 더 큰 원팀으로’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강성 지지층의 ‘내부 총질’ 자제를 요청하면서인데요. 그는 “이재명의 이름을 걸고 또는 이재명의 곁에서, 갈등과 분열의 씨를 뿌리거나 이재명을 해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이재명 지지자의 이름으로 공격받고 상처받으신 의원님들께는 사과 말씀 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심화하는 ‘사법 리스크’로 인해 당내 분열을 방지하기 위한 이 대표의 단속으로도 풀이됩니다.

원내 1당의 장외 투쟁에 정치권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장외투쟁은 소수당이 뜻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압도적인 1당이 국회를 버리고 장외투쟁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꼬집었고,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의회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인데 아직도 투쟁, 투쟁, 투쟁”이라며 “결국은 모두 타버리고 재밖에 남지 않을 싸움이다. 당 대표 한 명 지키겠다는 행위가 민주당이라는 제1야당을 볼모로 잡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국 사태’가 남긴 것은 팬덤 정치의 상처뿐

민주당의 장외 투쟁을 앞두고 일각에선 3년 전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조국 수호’와 ‘조국 수사’를 외친 사건을 떠올립니다. 양측이 서로 ‘때리기’에만 혈안이 돼 진영 싸움만 극에 치달았던 때죠. 결국 소모적인 투쟁이 남긴 것은 ‘팬덤 정치’의 상처뿐,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당시 “어느 학부모나 내 자식을 대학 보낼 때 다 그런다”는 열혈 지지층의 반응과 더불어 “조국은 무죄입니다. 조국의 딸은 아빠 백으로 뒷문으로 시험 치지 않고 학교를 간 게 아니라 공부를 잘한 모범생 우등생이었습니다”라는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 등은 ‘민심 괴리’가 아닌 ‘민심 이반’을 이끌었습니다.

전날 1심 선고에서 조 전 장관의 혐의 상당 부분이 유죄로 인정됐지만 민주당의 공식 논평은 없었습니다. 조 전 장관을 두둔하는 데 앞장섰던 강성 의원들도 말을 아꼈습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내 편’ 지키기에만 골몰해 더 많은 국민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보고대회에서 우려되는 지점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장외 투쟁에 국민 모두가 뜻을 함께할 것이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오히려 민심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민주당은 잊은 것일까요. 169석이라는 거대 야당임에도 총결집을 요구하며 초강경모드로의 전환은 또다시 ‘패착’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의 장외 투쟁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다 ‘제2의 조국 사태’로 만드는 일이 없기를 바랄뿐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해 3월 8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국민의 꿈이 이재명의 꿈입니다’ 서울 집중유세를 갖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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