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 오래전에 승인했어야"…美SEC 위원의 한탄

이정훈 기자I 2021.07.03 09:06:34

비트코인 ETF에 나홀로 찬성한 피어스 SEC 위원
"비트코인ETF에 주식상품보다 더 엄격한 잣대 들이대"
"SEC가 비트코인ETF에 반대했던 논리도 차츰 약화"
"비트코인시장 꽤 성숙…투자 판단은 개인의 몫"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다른 금융투자상품에 적용했던 기준을 그대로만 적용했더라면 지금까지 최소한 하나 이상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는 승인 받았을 겁니다. SEC가 비트코인 ETF를 퇴짜 놨던 근거가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


공화당 추천으로 지난 2018년 SEC에서 최고 의사결정을 위한 위원회 멤버 4명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헤스터 피어스 위원은 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자조 섞인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대체 언제쯤 SEC는 비트코인 ETF를 승인해줄 것인가’라는 질문을 가장 자주 듣곤 한다”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른 상품에 들이댔던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더라면 적어도 하나 이상의 비트코인 ETF는 승인 받았을 것”이라며 비트코인 ETF가 상대적으로 차별 받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1997년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통상분야 변호사로 활동해 온 피어스 위원은 조지메이슨대 금융시장워킹그룹에서 리서치담당 연구원과 이사로 경력을 쌓았고 공화당 추천으로 SEC 위원이 됐다. 그는 2018년 윙클보스 형제가 SEC에 승인을 요청한 비트코인 ETF를 승인 거부한 위원회 결정에 유일하게 반대했던 인물이다. 이후 프로셰어스, 디렉시온 애셋매니지먼트, 그래나이트셰어스 등 3개사 9건의 비트코인 ETF 퇴짜 결정에도 나홀로 반대했다.

피어스 위원은 “시간이 점점 더 흐를수록 과거에 SEC가 비트코인 ETF 승인을 불허하면서 들이댔던 근거도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SEC가 디지털 자산에 대해서만 유독 특이하고도 한층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SEC가 전통적인 주식 기반의 상품에 대해 요구하는 것 이상의 보장을 가상자산 거래소와 ETF 공급업체(=자산운용사)에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어스 위원은 “규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이처럼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되면 ‘아 잠깐만. 비트코인시장은 우리가 익숙하게 보던 시장과는 뭔가 약간 다르게 보인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과거와 달리 현재 비트코인시장은 기관투자가와 주류 개인투자가들이 다수 참여하면서 기존 시장과 더 유사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비트코인시장은 꽤 성숙돼 있다고 본다”고도 했다.

피어스 위원은 “지금 많은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직접 비트코인을 사거나 파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고 있는 만큼 SEC가 이처럼 비트코인 ETF 승인 신청을 계속 반려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해 투자자 관점에서 비트코인 ETF 승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가상자산 거래소가 투자자들을 사기행위로부터 보호할 만한 법적 요건만 갖추고 있다면, 그들이 상장하려는 투자상품의 장단점을 따져 신청을 승인하거나 거부하는 건 SEC의 임무가 아니다”며 “투자자들 스스로가 결정을 내리는 것이며, 만약 (SEC의 우려대로) 비트코인 가격이 조작된다고 믿으면 투자하지 않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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