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펀드 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이날 기준 북미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는 올해 들어 3639억원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국가별 유형 중 가장 많은 자금을 흡수했다.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중국 주식형 펀드에서 539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한동안 인기 있었던 베트남 주식형 펀드에서도 554억원이 유출됐다. 이는 코로나19로 증시가 요동치고, 도시가 봉쇄되는 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 공포가 극에 달했던 지난 2~4월 동안 북미 주식형 펀드에는 2835억원이 흘러갔다.
대부분을 얼라이언스번스틴(AB)자산운용의 ‘AB 미국 그로스 증권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이 받았다. 연초 이후 2954억원이 설정되면서 순자산 1조원을 돌파했다. 룩셈부르크에 설정된 ‘AB 아메리칸 성장형 포트폴리오’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한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우량 대형 성장주 40~60개 종목에 투자하는데, 높은 총자산이익률(ROA)과 예상이익성장률 등 성과 예상지표를 검토하고 상향식 리서치를 통해 장기 성과를 이어갈 수 있는 기업의 지속적인 발굴을 목표로 한다. 상위 보유 종목을 보면 3월 말 기준 마이크로소프트(7.68%), 알파벳(구글)(6.59%), 페이스북(4.91%) , 아마존(4.75%)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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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지시간 3월23일 2237.40까지 미끄러졌던 대형주 중심의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은 두 달여 만에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적인 유행) 이전 수준인 3000선에 가깝게 올라왔다. 특히 비대면 관련주로 꼽히는 나스닥지수 내 ‘FANGMAN’ 즉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7개 기업의 독주가 돋보인다. 시가총액 비중은 2016년 28%에서 현재 40% 넘게 늘어났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15% 증가했지만 7개 기업 제외 시 나스닥 시가총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같은 흐름을 타고 KB자산운용은 미국의 대표적인 우량기업에 선별투자하는 KB미국대표성장주펀드(주식형)를 지난 25일 출시하기도 했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다. 북미 주식형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운용순자산 10억원 이상 펀드 기준)은 -1.47%다. 손실이 났지만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이 -6.06%인 점을 감안할때 선방했다. 국가별로 봐도 가장 손해를 덜 입었다. AB 미국 그로스 주식형 펀드는 평균을 상회하는 수익률 3.61%를 기록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 성장주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포착된다”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정책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베팅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목표물가 2%, 자연실업률 5% 기준인 테일러준칙을 통해 추정할 수 있는 미국 적정금리는 현재 -6%로, 연내 마이너스를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것도 현재의 시장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정나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10년 평균 미국 S&P500 지수 구성 종목들의 매출 약 45%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등 미국 투자를 통해 세계 경제에 간접 노출이 가능하다”면서 “기축 통화인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효과도 있어 위기 시 자산 가치를 방어하는 기능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