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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선거의 제왕’ 김종인, 만신창이 보수 구원투수로 등판?

김성곤 기자I 2020.04.17 06:00:00

김종인, 통합당 총선참패 후 “일상으로 돌아간다” 정치무대 퇴장
여야 넘나들며 구세주 역할…박근혜·문재인 대선승리 지원사격
황교안 대표 사퇴 이후 리더십 공백…통합당 비대위원장 카드 솔솔
보수 위기 장기화 국면 블랙홀…김종인 참패 딛고 킹메이커 부상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송주오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한국 정치사에서 거대한 발자취를 남겼다.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며 위기에 처한 여야의 구세주 역할을 했던 ‘킹메이커’였다. △‘경제민주화’라는 브랜드 △시대정신을 꿰뚫어 보는 혜안 △ 좌고우면하지 않은 칼잡이로서의 강단 등을 무기로 2012년 19대 총선과 대선, 2016년 20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태조 이성계’였다면 김종인이라는 이름은 조선의 설계자였던 삼봉 정도전이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선거의 제왕’으로 불렸다. 여야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김 위원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야의 쏟아지던 러브콜에 요지부동이던 그가 몸을 움직인 건 21대 총선이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삼고초려에 마침내 결단을 내린 것이다. 다만 80대 노정객인 김 위원장의 마지막 정치나들이는 실패로 막을 내렸다. 총선 직전만 해도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참패였다. ‘더불어민주당 180석(더블어시민당 포함) vs 미래통합당 103석(미래한국당 포함)’ 역대 총선 최악의 격차다. 김 위원장은 총선 전날인 14일 서울 종로 마지막 유세에서 “나이 80살에 왜 선거에 뛰어들었느냐. 이 나라의 장래가 너무나 한심하기 때문”이라고 울먹였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김종인 영입 안했으면 더 크게 참패” 통합당 설왕설래 만발

김 위원장은 총선참패 다음날인 16일 기자회견에서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실상 현실정치에서의 퇴장 선언이다. 과연 김 위원장의 역할은 거기까지일까? 통합당 안팎에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김 위원장이 21대 총선을 진두지휘한 만큼 참패 책임론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공천이 완료되고 총선 2주 전에 합류한 한계도 없지 않다.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 압승으로 막을 내린 총선 전체 판세를 되돌리진 못했지만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는 반론도 있다.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인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전체적으로 보면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 안 했으면 더 크게 참패했을 것”이라며 “굉장히 좋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지략이 없었다면 최악의 경우 개헌 저지선(100선) 미만의 성적표를 얻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김 위원장이 재기불능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보수진영에서 볼 때 여전히 쓰임새와 활용 폭이 크다. 보수진영의 환골탈태와 중도층으로의 외연확장을 위해 김 위원장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과거 김 위원장의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좌클릭과 문재인 대통령의 우클릭을 이끌면서 대선승리를 지원했다. 김 위원장이 보수정권에서 정치를 시작한 데다 경제민주화 설계자로 상징되는 중도개혁의 이미지를 갖췄기 때문이다. 보수가 최악의 위기상황이라는 점에서 ‘김종인’만한 히든카드도 없다. 보수에 기반을 둔 합리적 중도의 이미지를 갖춘 김 위원장이 선두에서 반성과 혁신을 주도할 경우 통합당의 이미지 쇄신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설에 ‘노코멘트’…통합당 쇄신 넘어 야권재편의 핵으로 부상?

다만 김 위원장은 본인은 비대위원장 등판설에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은 “여기 올 때부터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선거하는 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임무”라면서 “선거가 끝나면 일상의 생활로 돌아간다고 얘기했다”고 선을 그었다. 본인의 부인에도 재등판 가능성은 낮지 않다. 통합당은 사실 뾰족한 대안이 아예 없다. 특히 2012년 19대 총선→2017년 19대 대선→2018년 7회 지방선거→2020년 21대 총선으로 이어지는 전국 단위 선거 4연속 패배 속에서 통합당은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황교안 대표의 사퇴 이후 지도부 공백 사퇴와 리더십 위기도 지속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위기는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보수진영을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블랙홀 속으로 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합당은 환골탈태를 넘어 창조적 파괴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구원등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보수진영 안팎에서 솔솔 흘러나오는 것도 이때무이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 주도의 보수진영 대수술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향후 정치지형의 변화에 따라서는 총선 이후 정치권 합종연횡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의중이 야권재편의 핵으로 떠오을 가능성르 배제할 수 없다. 통합당 비대위원장 역할을 넘어 공룡여당인 민주당에 맞설 야권재편을 주도하는 큰 그림을 그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아울러 과거처럼 유력 대선후보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 속에서 차기 대선 킹메이커로서의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카드’와 관련, “나쁘지 않다. 김종인 위원장의 개혁 방향이나 콘텐츠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개혁이란 게 완급조절을 하면서 결국 바뀔 때까지 끌고 가는 노련한 조련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제는 나이도 많고 자기 중심적이며 고집이 강한 캐릭터”라면서 “김종인 위원장의 캐릭터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통합당에서 전권을 주기가 두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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