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의 둘째 딸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일자 경찰과 검찰은 한진그룹 일가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조 회장 아내 이명희(69)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이어 조 회장에 대한 구속 시도도 불발되자 한진일가에 대한 성난 여론에 떠밀려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은 조 전 전무의 사건에선 폭행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 등을 감안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반려하고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
반면 이 전 이사장의 경우 운전기사 등 주변인물에 대한 장기간의 각종 폭언과 폭행 혐의로 경찰에서 검찰을 거쳐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이씨는 이어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고용을 지시한 혐의로 다시 구속심사를 받았지만 피해갔다. 법원은 “범죄 혐의의 내용과 수사진행 경과에 비춰 구속수사할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법원은 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 등 의혹을 받는 조 회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도 비슷한 사유로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올 들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를 포함해 주요 임원과 노무사, 전 협력업체 대표 등 주요 연루인물에 대해 13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가운데 2건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임 정권 시절 사건의 수사에서도 영장기각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 와해를 위해 이른바 ‘제 3노총’(국민노총) 설립에 관여한 혐의로 이채필(62)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법원은 “현 단계에서 범죄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 등을 기준으로 영장청구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미국은 사안이 중대해 구속하더라도 보석제도가 활성화 돼 금세 풀려나곤 한다”며 “피의자가 증거인멸이나 도망 우려 등이 생기면 바로 보석을 취소하고 수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범이나 지시자로 지목됐어도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피의자가 자백을 했거나 반론이 수긍 가능하면 구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