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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남북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에서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음악페스티벌이 열린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6월 21~24일 서울 플랫폼창동61·강원도 철원 고석정 일원)이다.
이번 축제는 지난해 서울국제뮤직페어 뮤콘(MUCON)과 잔다리페스타를 계기로 내한한 세계적인 음악축제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메인 프로그래머 마틴 엘본이 DMZ를 방문한 뒤 이곳에서 펼쳐지는 음악페스티벌에 관심을 가지면서 열리게 됐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기획처장이 엘본과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아 함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성북구 한예종에서 만난 이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엘본이 DMZ를 가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방문했다”며 “끊어진 철로와 멈춰서 있는 기차를 보더니 ‘여기가 바로 세계적인 음악축제를 할 수 있는 적절한 장소(right place)이고 적절한 시간(right time)이다’라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공연 준비는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간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올림픽 기간에 맞춰 강원도를 다시 찾은 엘본은 “지금이야말로 축제를 할 때”라며 6월에 축제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잡히면서 축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가 1회지만 호응은 굉장히 좋을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번 공연에는 김수철·이승환·강산에·장기하와 얼굴들·갤럭시 익스프레스 등 유명 뮤지션이 출연한다. 잠비나이·새소년·세이수미·씽씽·아도이·선우정아 등 주목 받고 있는 젊은 뮤지션도 한 무대에 오른다. 영국의 전설적인 펑크록 밴드 섹스 피스톨즈 출신 글렌 매트록을 비롯해 팔레스타인에서 온 제노비아, 일본 인디 록 밴드 미츠메, 태국의 폼 비푸릿 등 해외 뮤지션도 함께 한다. 현대무용 안무가 차진엽은 DMZ를 무대로 한 특별한 퍼포먼스도 준비하고 있다.
축제 구성도 기존 음악축제와는 조금 다르다. 6월 21일 첫째 날은 ‘음악은 피스트레인을 타고’라는 주제로 서울 플랫폼창동61에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둘째 날인 6월 22일에는 플랫폼창동61에서 사전 공연인 라이브 콘서트를 갖는다. 본 공연은 6월 23일부터 시작한다. 서울에서 철원까지 가는 기차에서 펼쳐지는 ‘피스트레인 라이브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노동당사와 DMZ월정리역에서 펼쳐지는 스페셜 공연, 강원도 철원 고석정 일대에서 열리는 메인공연으로 축제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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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전석 무료로 사전 추첨을 통해 진행한다. 특히 150명만 탑승할 수 있는 피스트레인 예약은 시작과 동시에 완료돼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이 집행위원장이 밝힌 목표 관객은 1만 명. 그는 “처음에는 5000명도 채울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1만 명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DMZ에서 펼쳐지는 록페스티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집행위원장은 “DMZ에서 국악이나 클래식 공연을 한 적은 있어도 록 밴드의 공연을 한 적은 흔치 않다”며 “록이 가진 정치적, 문화적 의미가 남다른 만큼 젊은 관객에게 새로운 트렌드로 어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예술단의 초청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집행위원장은 “북한에도 록 밴드가 있지만 현재는 활동을 안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모란봉악단과 비슷한 형태의 밴드가 있어서 올해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루트로 전달했지만 아직까지 민간 교류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장담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격적으로 추진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며 “내년에는 꼭 북한 예술단을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은 앞으로 해외 유명 뮤지션도 많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축제를 지향한다. 이 집행위원장은 “올해도 몇몇 해외 팀이 축제에 오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다”며 “엘본이 축제에 계속 참여하는 만큼 내년에는 보다 많은 해외 뮤지션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한다”이라고 말했다.
문화연구를 전공한 이 집행위원장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새 문화정책 준비단 단장을 맡아 새 정부의 문화정책인 ‘문화비전 2030’을 만드는데 힘을 보탰다. 현대차 정몽구재단과 한예종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산학협력 프로젝트 ‘예술마을프로젝트’의 예술감독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집행위원장은 “문화연구자로서 정책과 이론, 기획이 서로 잘 연결돼 많은 사람의 문화적 권리가 보장되고 일상이 행복해지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사람들이 문화를 통해 일상의 권리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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