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는 박근혜 청와대의 조직적 은폐에 묻혔던 ‘세월호 7시간의 행적’을 규명하는데 한 몫을 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이영선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업무용 승합차를 몰고 오후 2시 4분과 5시 46부에 남산 1호 터널을 통과했다. 이 전 행정관은 당일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김밥집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당시 거주지 역시 압구정동이었다.
압구정동에서 청와대까지 가장 빠른 길이 남산 1호 터널이다.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들이민 수사팀에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까지 최씨를 태우고 운전했다고 실토했다. 당시 대통령 관저엔 간호장교와 간호사뿐이었다던 거짓말이 들통 난 순간이다.
서울 영등포구 렉싱턴호텔에서 발생한 성추행 폭로를 두고 “호텔에 간 적이 없다”고 항변해온 정봉주 전 의원의 거짓 해명을 뒤집은 것도 신용카드 결제내역이다. 정 전 의원은 “호텔에 간 기억은 없지만 결제는 했다”는 황당한 해명 끝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다스는 누구겁니까?”라는 질문에 답한 것도 신용카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995년부터 2007년 7월까지 12년간 다스 법인카드로 1796회 결제해 4억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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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석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금거래가 줄어듦에 따라 통장거래 내역이나 신용카드 결제내역 등 금융정보를 활용해 한 사람의 일상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개인의 금융활동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만큼 범죄수사에서 결정적 증거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신용카드 거래 내역은 개인정보인 만큼 적법한 절차를 통해 수사기관이 수집해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