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KAIST 연구처장·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대동여지도는 고산자 김정호가 만든 판각 지도로 한국의 옛 지도 중에서 가장 정밀한 지도라고 한다. 제작 시기는 철종 7년인 대략 1856년에서 1861년 사이라고 한다. 대량생산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판각지도로 만들었다. 지도를 모두 합치면 대략 가로 360 cm, 세로 685 cm 크기로, 축적이 대략 1:160,000 혹은 1:216,000이라고한다. 도로는 곧고 가느다란 선으로, 하천은 비교적 굵은 곡선으로 나타냈으며, 개중에 줄이 2개인 하천은 배를 탈 수 있음을 나타낸다. 도로에는 10리마다 “방점”이라 불리는 점을 찍어 거리를 알 수 있게 했다. 산줄기는 더 굵은 곡선으로 나타냈으며, 산세가 클수록 산봉우리를 크게 그렸지만 산의 정확한 높이는 알 수 없다. 각 고을의 경계는 점선으로 나타내었다.
그런데 대동여지도를 자세히 보면 4차 산업혁명의 빅데이터와 공통점이 많이 있다. 일단 대동여지도의 정보량이 많다. 하천, 도로, 산, 읍치, 역원, 조창, 군부대, 봉수대 등 수 많은 정보를 담도 있다. 그리고 등고선은 없지만 대략적인 해발고도를 알 수 있다. 빅데이터라 부를 만 하다.
다음으로 대동여지도는 목판인쇄를 사용하여 대량 복제와 보급이 가능했다. 기본적으로 목판으로 제작했다는 것은 대량 보급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목판본으로 만들어 필사할 때 생기는 오류를 막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빅데이터가 데이터 센터의 낸드 플래쉬 메모리로 만들어진 SSD(Solid State Driver) 에 저장된다. 반도체 메모리 SSD 사이의 데이터 복제와 쓰기는 나노 초 (10억분의 1초) 단위로 가능하다. 데이터 센터와 데이터 센터 사이의 데이터 복제와 쓰기도 고속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효율적이 이루어 져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고속 전기적 통신 방법과 광 통신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이렇게 메모리 자장장치에 데이터를 읽고 복제하고 쓸 때 데이터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 고도의 회로와 연결선 설계 기술이 사용된다. 데이터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 데이터 교정 코드를 심기도 한다. 메모리의 일부분 혹은 한 두 개의 셀이 고장이 났을 때 가상적으로 복구하는 기술을 쓰기도 한다. 이런 기술을 오류정정 부호라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낸드 플래쉬 메모리 공정 기술 못지않게 죽어 있는 셀을 살리는 가상 소프트웨어 기술이 더욱 더 중요해 지고 있다.
더 나아가 대동여지도는 분합이 자유롭게 22첩으로 만들어 상하를 잇대면 도별 지도도 되고 전부 연결하면 전국도가 되도록 제작하여 이용하기 편리하며, 접으면 책 크기로 되어 휴대하기 편하도록 제작했다. 메모리 반도체도 패키징 기술이 점점 더 중요해 지고 있다. 일단 작게 만들어야 스마트폰에 대량으로 들어갈 수 있고, 같은 공간의 데이터 센터에 많은 메모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소형 반도체 패키지는 전력 소모도 줄이고 데이터 전송 용량과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드는 발상과 방법이 4차 산업혁명의 반도체 기술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대동여지도는 종이로 만들어 가볍다. 모바일 시대의 반도체도 가벼워야 휴대성도 좋아진다.
그런데 1890년대초 일본 육군이 일본인 측량 기술자 1200 여명과 조선인 2-300 백 명을 비밀리에 고용하여 전국을 측량하여 5 만분의 1 지도 3 백부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때의 일본은 전문 지도 제작을 위해 그 당시 최신의 유럽식 지도 제작기법을 도입해서 각 산의 능선과 축척에 맞고 등고선이 체계적으로 제작하였다. 일본은 이 지도를 이용해서 청일 전쟁에서 주요 거점을 안방처럼 훤히 알고 승리했으며 조선 의병의 기지를 전략적으로 공격하고 퇴로까지 미리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청일 전쟁 이후 일본은 한반도를 강점했다.
지도 기술이 조선 말 한반도의 운명을 갈랐다.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개인, 기업, 국가가 얼마나 정확하고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가 하는 것이 각각 운명을 좌우 할 것이다. 빅데이터는 우리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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