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얼플랜] 최근 푸르덴셜생명의 한 지점장이 본사건물에서 투신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이 몸담아온 보험회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으리라고 본다.
보험설계사와 보험회사는 근로기준법상의 고용계약관계가 아니다. 해당 보험회사의 배지를 달고 해당 보험회사를 소개하고 상품을 판매함에도 사실은 고용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보험설계사나 그들의 관리자들은 통상 고용단계에서나 할 법한 책무 등의 의무사항이 있다. 그러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보험설계사는 철저하게 개인사업자 취급을 받으며 보험회사는 ‘나 몰라라’하는 입장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고인은 최근 회사의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여 해촉되었고, 평가의 부당함을 주장하였다고 한다. 보통 위촉계약에는 실적 등의 해촉 기준이 있어 이를 충족하지 못 할 경우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위촉계약서에 명기된 계약 관계에서의 마찰이었다 하니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면 위촉 계약에 불합리한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인은 지점장의 위치였기 때문에 보험영업의 실적과 신규설계사의 영입이 평가의 기준이 된다고 한다. 고인의 지점은 영업 부분은 우수했지만 신규설계사 영입에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해촉의 이유라고 한다. 그런데 고인이 신규설계사 영입을 못 한 것이 아니라, 신규설계사 후보를 본사의 임원 면접단계에서 번번이 탈락시켰다고 한다. 이유야 어찌 됐건 간에 회사의 고의성이 있다고 의심을 할 만한 상황이다. 게다가 영업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신규설계사 영입이 해촉의 사유가 된다는 사실도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실속 있는 경영을 한 고인의 운영방식이 잘못이라는 해석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보험설계사와 같은 특수고용직에 대해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안전망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회사는 높은 부담을 지면서 많은 보험설계사들이 남아 있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보험설계사는 매년 갱신되는 위촉계약서의 독소 조항에 따라 보험회사의 편리에 따라 희생양이 되기 쉽다. 최근 지점을 통폐합하거나 스마트오피스 개념을 만들어 비용을 줄이려는 보험회사의 움직임이 있다. 새로운 회계기준을 맞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런 보험회사의 칼은 곧 보험설계사 조직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특수고용 노동자의 권리 보호에 대한 말했다. 2014년 대법원은 골프장의 캐디를 노동자로 판결했고, 2015년 노동부는 자동차판매를 하는 한국GM의 노조설립 역시 인정했다. 이제 보험설계사도 노동자로 보호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니면 완전한 독립채로 분명한 관계의 선을 긋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한 보험회사에 20여년을 근무한 고인의 죽음에 대해서 동료 보험설계사들 모두 숨죽이고 있음이 아이러니하다. 마광수 교수의 사망소식은 연일 뉴스에서 다뤄지는데, 이번 사건을 다루는 뉴스 한 꼭지 보기 어렵다는 점이 안타깝다. 보험설계사가 업로드한 화려한 사진에 ‘좋아요’를 누를 시간에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개선안을 찾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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