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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글을 이렇게 잘 쓰나?” 무심한 듯 지나가는 말처럼 던졌으나 이 회장에게는 너무 중요했던 이 질문에 글쓰기의 달인은 “자료의 싸움입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라고 답했다. 매달 책 다섯권씩은 꼭 사서 읽는 이 회장의 습관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상업은행이 한일은행과 합병되고 한빛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 회장은 탄탄대로를 걸었고 행장 자리에 올랐다. 숨 가쁘게 달려오는 와중에서도 ‘한 달 다섯 권 독서’ 원칙은 놓지 않았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저축은행중앙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그동안 읽은 수많은 책 중에서 지난 3월에 읽은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추천했다. 헌법재판소 판결로 탄핵정국이 마무리되고 대선 정국으로 옮겨가던 시기였다. 리더의 역량이 국가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지켜봤고, 개인의 역할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던 때였다.
이 회장은 “왜 우리나라는 식민지, 6.25 전쟁, IMF 구제금융과 같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서도 변화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을 읽으면 답이 보인다”며 “결국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면적인 부정에서 시작되는 창조
저자인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이 책에서 철학은 과거의 익숙함과 결별하면서 시작한다고 강조한다. 신화 시대를 마감하고 인간이 주도하는 시대를 연 탈레스의 ‘만물의 근원은 물’, 이상과 현실이라는 인식의 틀을 제공한 플라톤의 ‘이데아’ 유럽을 근대적 세계관으로 이끈 데카르트의 ‘물질과 정신의 실체관’ 등은 당시 세계의 판 자체를 새롭게 바꾸려는 시도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중진국에 머물고 있는 이유도 기존의 것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사고를 다시 정립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회장은 “불교가 지배했던 고려, 유교가 지배했던 조선,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의 이데올로기, 건국 이후에는 미국의 이데올로기 등 주된 흐름은 남의 것을 모방해왔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며 “모방이 아닌 창조와 선도가 가능해야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금융에 적용해봐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이 회장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엄청난 수업료를 내고 배웠는데 아직도 보면 기업 구조조정이나 은행의 역할에 있어서 바꾸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중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에 있어서 주치의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람은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되지만 기업은 아프면 어디로 가나, 은행이 병원이 돼야 한다”며 “기업이 구조조정을 잘 할 수 있도록 돕고 잘 못하면 혼내서라도 제대로 된 길로 끌고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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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대한 논의는 개인에 대한 고찰로 이어진다. 개개인이 국가의 수준을 결정짓는 핵심이기 때문에,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이 탁월한 사유를 해야 한다는 것. 기존의 가치관을 죽여야 참된 사람이 되고, 또 대답보다 질문하는 독립적인 주체가 된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개인에 대한 논의 중에 직업에 대한 부분을 주목했다. 직업은 개인이 찾은 역할을 통해 자신을 완성해나간다는 의미인데, 많은 사람이 직업인이 아니라 사명감 없이 돈을 버는 목적의 직장인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현실 앞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후진국형 재난사고 앞에서 준법과 규정준수를 외치는 사람들이 정작 개인사에서는 그러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대응력이 떨어지는 것은 직업인이 아닌 직장인이 많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개인 중에서도 리더의 역량이나 자질에 대한 고민을 많이한다. 은행장과 지주 회장을 지낸데다 지금도 저축은행중앙회라는 조직을 이끌고 있는 만큼 오래된 고민이기도 하다. 역시 결론은 과감한 변화다.
그가 리더상을 논할 때 자주 거론하는 인물이 바로 프로야구 염경엽 SK와이번스 단장이다. 염 단장이 넥센히어로즈 감독이었을 때 감독자리에 앉아 있었던 적이 없었다는 것. 서 있어야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상대편 선수의 움직임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넥센의 선수구성은 같은데 감독이 바뀌면서 상위권으로 도약했다”며 “감독은 갑이고 선수들은 을, 병이지만 염 감독은 본인 스스로가 을이 되면서 솔선수범하니까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각종 갑질 논란도 염 단장처럼 개인 스스로가 기존 관계의 틀을 깨고 탁월한 사유를 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순우 회장은 …
1950년생 경북 경주 출신. 특유의 친화력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춘 대표적인 금융인이다. 대구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나와 1976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에 입행한 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그만둔 2014년까지 38년을 한우물만 판 정통 뱅커로 살았다.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합병법인 출범 직후 초대 인사부장을 맡아 조직을 관리했고 2002년 우리은행 기업금융단장에 오른 후에는 카드사태로 LG카드 구조조정 업무를 총괄했다. 이후 경영지원본부장, 개인고객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조직관리와 개인영업, 기업금융 등 은행의 핵심 업무를 두루 거친 후 2008년 우리은행 수석 부행장 자리에 올랐다. 임원이 된 후에도 발이 닳도록 현장을 뛰고 고객관리에 나서 타고난 영업맨이라는 평을 들었다. 2011년 3월 우리은행 행장에 올랐고, 2013년 6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면서 행장직을 겸직했다. 행원 출신으로 지주 회장까지 올라 은행원들의 롤모델이 됐다. 2014년 회장직에서 내려왔으며 2015년 17대 저축은행중앙회장에 취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