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더위야 썩 물렀거라' 먹고·보고·쉬는 진짜 피서(避暑)

강경록 기자I 2017.07.28 06:00:02

피서(避暑)지 전라도 장흥으로여 여름 여행
초장 아닌 된장으로 육수에 푼 ''된장물회''
한우, 표고, 키조개의 환상조합 ''장흥삼합''
여름철 대표 보양식 ''갯장어 샤부샤부''
우드랜드, 사자산, 득량만 등 볼거리도 풍부해

전남 장흥의 약불산 자락에 있는 편백숲 우드랜드 풍욕장에서 관광객이 의자에 누워 산림욕을 즐기고 있다. 수령 50년이 넘는 편백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와 시원한 바람은 더위에 지친 마음을 어루만진다.
[장흥=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찜통 속이 이보다 더울까. 마치 찜통을 비웃기라도 하듯 푹푹 찐다. 이어진 장마 탓에 몸도, 마음도 노곤하다. 피서(避暑)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피서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시원한 바닷가나 계곡, 또는 산속으로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 그 첫 번째고,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보약 같은 먹거리로 든든히 속을 채우는 방법이 그 다음이다. 전라도 장흥은 이 두 가지 모두 가능하다. 가는 곳마다 산이 병풍처럼 서 있고, 그 사이로 탐진강이 이곳저곳을 적시며 흐른다. 여기에 청정한 들판과 풍요한 바다, 그리고 산의 정기까지 듬뿍 담긴 먹거리까지 있으니 피서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여행을 더 풍요롭게 하는 장흥의 여름 먹거리

장흥은 드넓은 득량만에서 쏟아져 나오는 갯것과 청정한 들판, 그리고 산의 정기가 듬뿍 담긴 먹거리가 넘쳐나 더위에 달아났던 입맛이 언제 그랬냐는 듯 침샘을 자극하는 곳이다.

장흥에 왔다면 ‘물회’를 맛보지 않으면 안된다. 장흥물회는 조금 다르다. 일단 초장 대신 된장을 육수에 풀었다. 여기에 김치를 종종 썰어놓고 식초와 고춧가루를 뿌린 뒤 회를 말았다. 하지만 특유의 된장 냄새는 생각보다 덜하다. 오히려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줘 생선회 본연의 맛이 더 잘 드러난다. 횟감은 득량만에서 갓 잡은 농어나 돔 같은 생선이다. 주 양념이 된장인지라 속을 풀어주는데 좋고 소화에 좋다. 장흥에서 된장물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제법 많다. ‘싱싱회마을’은 구수한 된장 맛이 일품이고 양도 넉넉하다. ‘우리횟집’은 장흥된장물회의 원조식당이다. 소박하고 정겨운 맛이 특징이다. ‘명희네음식점’은 생선 대신 한우를 각종 채소로 버무린 한우물회가 별미다.

싱싱회마을 ‘된장물회’
장흥의 별미는 ‘삼합’이다. 방송에 알려지며 최근 유명세를 탄 음식이다. 장흥삼합을 이루는 세 가지 재료는 장흥의 대표 특산품인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이다. 맛있게 먹는 법도 따로 있다. 달군 불판에 한우 한 점을 올린다. 표고버섯은 수분을 머금어 탱탱한 것만 골라 불판에 올리고, 키조개는 육수에 담궈 둔다. 한우는 육즙이 배어 나올 때 뒤집어 살짝 익힌 뒤 깻잎에 익힌 고기와 표고, 키조개를 싸서 입속으로 넣는다. 부드러운 한우의 담백함과 표고의 은은한 풍미가 더해지고, 쫄깃함으로 무장한 키조개가 뒷맛을 잡아준다. 말 그대로 환상궁합이다. ‘만나숯불갈비’는 숯불을 이용하는 곳이다. 테이블 세팅에 따라 표고버섯과 키조개 가격도 다르다. 한우 또한 원하는 부위를 직접 고를 수 있다. 취향이나 주머니 사정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만나숯불갈비 ‘장흥삼합’
여름철 보양식인 갯장어도 장흥의 여름철 대표 먹거리다. 보통 회로도 많이 먹지만, 샤부샤부로 먹는 게 더 맛있다. 갯장어 샤부샤부는 일본요리인 ‘유비키’를 따라했다. 요리법은 약간 다르다. 끓는 물에 장어를 데치는 유비키와 달리 장어로 만든 육수에 부추·버섯 등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다음 갯장어 살을 담가 살짝 익혀 먹는다. 머리와 뼈를 발라내고 5㎜ 간격으로 촘촘하게 칼집을 넣는 게 갯장어를 다듬는 요령이다. 끓는 육수에 살짝 데친 갯장어를 함박꽃 모양으로 동그랗게 말려 더 예쁘게 먹을 수 있어서다. 익힌 갯장어 살은 씹을 틈도 없이 허물어지면서 특유의 담백한 감칠맛이 입안에 퍼진다. 자색 양파나 상추, 묵은지에 싸 된장과 마늘을 곁들여 먹는 게 가장 맛있다.‘여다지회마을’에서는 장어뼈 끓인 물에 대추와 각종 한약재를 넣어 육수를 만든다. 낙지·전복을 추가하면 국물 맛이 더 깊어진다.

여다지회마을 ‘갯장어 샤부샤부’
◇ 더위를 잊게 하는 장흥의 ‘산과 바다’

든든하게 배를 채워 마음이 꽉꽉 차오르는데 장흥은 여기서 그만두지 말라고 한다. 더위를 싹 잊게 할 시원한 곳이 여기저기서 어서 오라 아우성이다.

일단 한 낮의 더위를 식히러 억불산 자락의 ‘우드랜드’로 향한다. ‘웰니스 관광 25선’에 뽑혀 전국적인 관광지가 됐다. 우드랜드에서도 꼭 체험해야할 프로그램은 ‘풍욕(風浴)장’이다. 수령 50년이 넘는 편백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알싸한 향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곳이다. 종잇장 같은 옷으로 갈아입고 풍욕장에 들면 세상과 단절이다. 곳곳에는 쉴수 있는 의자와 움막, 해먹 등이 있다. 울창한 나무 사이에 매달린 해먹에 몸을 뉘이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을 정도다. 여기에 맞춤형 산림치유프로그램과 피톤치드를 마시며 자연에서 즐기는 숲속힐링음악회도 운영하고 있다.

사자산 정상에서 바라본 장흥의 산과 들
사자산 정상에 오르면 시원한 풍광도 즐길 수 있다. 사자산 정상은 머리(570m)쪽이 아닌 엉덩이(667m)쪽이다. 두 지점과 능선 등 어디에서든 조망이 좋다. 첩첩이 깔린 산줄기 사이로 열린 득량만 앞바다 풍경도 그림같다. 사자의 어깨 뒤 능선 해발 535m의 탁 트인 지점에 봄~가을 패러글라이더들이 이륙에 나서는 활공장이 있다. 여기 활공장까지는 차로 쉽게 오를 수 있으니 더운 여름 힘들게 사자산을 오를 필요는 없다. 산 아래에는 돌담길이 아름다운 가산리가 있다. 고즈넉한 옛 정취를 간직한 마을이다. 조선시대 14명의 과거 급제를 배출한 마을이자, 가사문학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관서별곡’을 지은 가봉 백광홍(1522~1556)이 태어난 곳이다. 마을에는 ‘과거 급제의 길’이 있다. 시험을 앞둔 이가 걸으며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를 지닌 돌담길인데, 매우 아름다워 잠시 거닐어볼 만하다.

장흥을 마주 안은 득량만을 따라가는 바다 여행도 이어진다. 너른 해안과 고운 모래, 얇은 유리판을 깔아 놓은 듯 잔잔하고 완만한 바다가 넉넉하고 여유로운 풍경을 완성한 수문해수욕장과 여러 크고 작은 해변이 장흥 여행의 낭만을 더한다. 광화문 정남방의 한 지점에 세워진 전망대는 이곳이 땅의 남쪽 끝이 아닌 바다의 시작점임을 알려주듯 시원한 풍경을 선사한다. 해안에서 부교를 놓아 바다 위에 조성한 인공 낚시터인 정남진 해양낚시공원은 장흥의 바다를 만나는 재미있는 방법이다. 멀리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바다낚시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고, 여기에 더해 바다 한가운데 둥실 떠 있는 이글루형 펜션에 머물면 은근한 짜릿함마저 맛볼 수 있다.

해양낚시공원
◇여행메모

△가는길= 호남고속도로 타고 가다 장흥IC에서 나와 29번 국도로 가거나,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목포~광양간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장흥IC에서 빠져나가야한다. KTX나 SRT를 이용한다면 광주나 나주에서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장흥까지 가야 한다.

△볼거리=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릴 짜릿한 정남진장흥물축제가 28일부터 8월 3일까지 7일간 탐진강 수변공원과 편백숲 우드랜드 일원에서 열린다. 거리퍼레이드 ‘살수대첩’은 29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진행하고, 28일부터 매일 2시에는 탐진강변에서 지상 최대의 물싸움이 펼쳐진다. 더불어 29일부터 8월 3일까지 매일 오후 3시까지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가 열린다. 여기에 뗏목·수상자전거·수상세발자전거·워터볼·바나나보트 등 탐진강을 둥실 떠다니며 여름을 즐길 갖가지 탈거리도 즐비하다. 28일부터 30일까지 유명 디제이(DJ)와 함께하는 이디엠(EDM)& 풀파티와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열리는 뮤직 토크쇼 ‘별밤 수다쟁이’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편백숲 우드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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