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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48) 비티솔루션즈 대표는 16일 “한국 의료기기 업체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포함해 전 세계 각지에서의 제품 허가 취득을 도울 것”이라며 “여기에 관련 제품을 현지 병·의원에 유통 및 공급까지 하는 등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 ‘원스톱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미국 FDA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지난해 귀국한 후 10월에 서울 역삼동에 FDA 승인 및 자문 등 의료기기 컨설팅 사업을 하는 비티솔루션즈를 창업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수재’ 소릴 들었다. 서울 휘문고를 나온 그는 1988년 당시 서울대에 전체 차석으로 입학했다.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서울대에서 ‘양자선’(퀀텀와이어) 연구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런 그에게 ‘전환점’이 찾아왔다. “의사인 친구가 일하는 병원엘 갔는데, 한 환자의 부모가 친구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물리학이라는 기초학문은 한참 후에야 공로가 드러나지만, 의료 분야는 ‘공’에 대한 피드백이 빠르다는 걸 느꼈다”
의사인 친구에게서 감흥을 받은 김 대표는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존스홉킨스대에서 의공학을 전공, ‘생체용 광학현미경’ 연구로 두 번째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존스홉킨스대 박사학위 과정 중 인턴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FDA로부터 제안을 받아 2006년 FDA에 정식 입사했다.
FDA에서 김 대표는 의료기기 연구와 심사를 담당하는 의료기기심사센터(CDRH)에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이는 FDA에서도 상위 5% 안에 들어가는 임원급이었다. 한국 공무원으로 치면 1급, 국장급에 해당한다.
정년도 없는 ‘신의 직장’에서 일하던 김 대표가 귀국 후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병상에 있는 노부모 때문이었다. “모친이 당뇨로 오랜 기간 투병해왔다. 모친을 돌보던 부친마저도 최근 치매라는 판정을 받았다. 장남으로서 병상에 있는 부모를 외면할 수 없었다.”
가족을 미국에 둔 채 지난해 하반기 귀국한 김 대표는 우선 국내 한 대학교에서 제안을 받아 연구교수로 일했다. 하지만 그는 “창업을 하면 제약 없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선 후 두 달 만에 교수직을 그만뒀다.
하지만 회사 설립 초기, 공무원이라는 ‘온실’에서 일하던 그에게 있어 창업이라는 ‘야생’은 가혹하기만 했다. “그동안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은 ‘월급을 스스로 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개월 동안 일감이 없어 고전했다. 다행히 최근 3개 업체와 잇달아 컨설팅 계약을 맺으며 창업 후 첫 수확을 올릴 수 있었다.”
김 대표는 비티솔루션즈에 이어 최근 미국 등 해외 현지에서 의료기기를 유통·공급하는 비티시스템즈도 설립했다. 비티솔루션즈에서 의료기기에 대한 해외 수출 승인을 받은 후 비티시스템즈가 현지에 유통·공급을 담당하는 형태다. 글로벌 역량이 부족한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을 대신해 글로벌 진출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셈이다.
“FDA에서 한국 의료기기 업체들의 제품을 연구 및 승인하는 절차를 여러번 진행해봤다. 그 결과 한국 업체들이 보유한 기술력이 글로벌 업체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음을 느꼈다. 하지만 한국 업체들은 기술력에 비해 영업·마케팅 등 상업적으로 뒷받침할 시스템은 부족했다. 창업을 통해 한국 의료기기 업체들이 미국과 함께 유럽과 아시아 등 글로벌 각지에 진출하도록 돕는 게 미션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