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노벨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지속적인 성장’ 추구를 위해 스페셜티 화학제품 사업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12개월 안에 재상장한다는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회사 분할안에 대해 이전에 언급된 바가 전혀 없어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개입이 작용했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한 뒤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합병안에 반대한다”며 한바탕 풍파를 일으켰다. 삼성그룹은 당시 엘리엇에 맞서 국민연금공단 등 주요 주주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권과의 문제가 불거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구속까지 이어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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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조노벨은 페인트·코팅 분야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업체다. 해마다 내년도 소비재 시장에서 가장 유행할 색상 트렌드를 자신들이 정하고 발표하는데, 이는 자신들이 이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올해는 고급스로운 느낌을 중시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중국 시장의 소비 촉진이 예상된다”며 ‘세련된 느낌의 금색 계열 색상’이 내년도 최고 인기 색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식이다. 이 밖에 ‘듀럭스(Dulux)’ 등 유명 페인트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다.
악조노벨은 이러한 영향력은 물론 시장점유율 확대를 꾀하기 위해 경쟁업체인 미국 PPG와 M&A를 추진했다. 하지만 가격 측면에서 협의 도달에 실패해 협상이 무산되는 분위기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엘리엇이 등장했다. 악조노벨 지분 3.25%를 매입한 엘리엇은 감사위원회 의결권 행사를 통해 악조노벨의 안토니 부르그만스 이사회 의장의 사임을 요구하며 “PPG와의 M&A 협상을 재개하라”고 압박했다.
‘행동주의 펀드’라는 용어는 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고 경영진의 횡포를 막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엘리엇이 삼성물산이나 악조노벨 등에 요구하는 사항을 보면 그저 경영진 괴롭히기를 통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꾼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어떤 시각이 틀렸다고 보기보다는, 어느 한 쪽을 빙자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지 않을까. 결국 누군가가 이익을 보고, 누군가는 그만큼을 잃는 것이 시장 질서란 점을 고려하면, 그리 곱게 봐 줄만한 부분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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