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 칼럼]탄핵 이후, 이제 국민 통합에 힘을 모아야 할 때. 홍성걸 국민대 교수

이민주 기자I 2017.03.20 06:00:00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부패와 무능, 군사독재를 극복하고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이룩한 지 30년, 우리는 국민이 위임한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대통령을 탄핵함으로써 진정한 민주주의를 완성하였다. 탄핵은 대통령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선례를 만들어 낸 국민의 승리였으며, 민주주의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은 그 자체로서 역사에 부끄러운 일이었다. 특히 정치권은 정치적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적 통제에 맡김으로써 자신의 무능함을 입증하였다. 대통령과 여당은 탄핵반대에 집중하여 국가와 국민을 도외시했으며, 야권은 여러 차례에 걸쳐 손을 내미는 대통령과의 대화를 거부함으로써 정치적 해결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 차 버렸다. 그로 인해 국민들은 추운 날씨에도 3개월 넘게 주말마다 생업을 접고 탄핵 찬성과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사회는 불확실성에 가득 찼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보호무역주의가 창궐하는데도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국민은 탄핵을 두고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봉합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게 됨으로써 향후 국가안보와 경제발전, 그리고 국민행복을 추진하는데 막대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탄핵이 결정된 이후에 벌어지고 있다. 탄핵 인용과 함께 모두 이구동성으로 국민통합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통합하지 못한다면 나라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정치권이 입으로는 통합을 외치면서 행동은 반대로 분열을 조장하고 나선 것이다.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한 문재인 전 대표는 탄핵이 결정되자마자 가장 먼저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희생자들을 조문했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못하고 이들을 추모하는 것이 나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탄핵 직후 팽목항 방문은 통합을 위한 행보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박근혜 정부의 모든 정책이 탄핵받은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싸드배치를 포함한 모든 정책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것이 국민통합을 위한 행보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를 나와 사저로 가면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통합에 대하여는 단 한 마디도 없다가 도착해서는 진실은 시간이 걸려도 밝혀진다고 함으로써 사실상 자신의 지지자들의 결속을 호소했다. 국민통합은커녕 앞으로 있을 수사과정에서 더욱 태극기를 높이 들고 촛불세력과 싸워달라는 당부의 말을 한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이나 문재인 후보 측이나 국민의 마음을 보듬어 하나로 만드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개인적 이익과 권력 욕심만 있을 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있는가 말이다.

탄핵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사이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부당한 경제보복은 가속화되고, 트럼프정부의 보호무역주의는 시시각각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북한도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계속함으로써 안보위협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계부채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으며, 저출산 고령화로 잠재 성장률은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 한때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재벌들은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자식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에 더 관심이 크다. 정치권은 재벌의 구조개혁을 외치지만 어떻게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할 것인가에는 대책이 별로 없다. 기본소득제, 청년수당, 노인복지 등 각종 복지지출의 대폭 증대를 약속하면서 표를 구걸하고 있지만,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복지지출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하여는 일부 고소득층과 법인에 대한 소득세 인상 외에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5천년 역사 중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된지 불과 30년도 되지 못해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탄핵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금과 같은 분열이 계속된다면 단언컨대 우리의 미래는 없다.

홍성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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