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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4차 산업혁명과 기업 경영의 과제

이민주 기자I 2017.01.27 06:00:00
조영탁 휴넷 대표
[조영탁 휴넷 대표이사] 지난해 이맘때 미국 뉴욕에서 차량공유서비스 우버를 직접 체험하면서 이른바 ‘우버 모멘트‘(Uber moment)를 실감했다. 우버 모멘트란 ‘새로운 기술이나 기업의 등장에 따라 기존 사업의 체제가 완전히 바뀌고 위협받는 순간’을 말한다.

디지털이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빅 데이터, 3D 프린터, 자율 주행차, 드론, 로봇등이 상호 융합되면서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하급수적 성장을 이끌어가는 4차 산업혁명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과 산업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교육 등 전 분야에 걸쳐 실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류가 문명사적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업과 경영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구체적 예를 들면, 복합기업(conglomerate)형 재벌 기업은 쇠퇴하고 특정 분야에서 전 세계적 경쟁을 펼치는 전문 대기업과 스타트업 중심의 경제가 열리고 있다. 개별 기업간 경쟁이 아닌 생태계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제품과 서비스 판매 기업 대신 플랫폼 기업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측된다. 경쟁 지상주의를 벗어나 협력과 공생의 시대로 전환되는 것도 중요한 변화중 하나다.

무엇보다도 게임의 룰과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금융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과거 금융산업은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가 지배하는 대표적인 산업이었다. 더 많은 자본금, 더 많은 점포와 인력을 가질수록, 그리고 수신, 여신을 비롯 환전, 투자, 보험까지 더 많은 영역을 취급할수록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이제 거대 금융업은 핀테크에 의해 하나씩 언번들링(Un-bundling)되면서 큰 규모와 넓은 범위가 경쟁우위가 아닌 경쟁열위로 돌변하고 있다. 2011년 영국에서 창업한 P2P 해외송금서비스 전문 핀테크 기업 트랜스퍼 와이즈(Transferwise)는 기존 은행 수수료 대비 10분의 1로 낮춘 저렴한 해외송금서비스 하나로 세계적인 금융회사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은 모든 기업과 경영자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은 승자독식의 영광을 누릴 수 있는 반면, 대열에서 탈락한 기업은 소멸될 수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4차 산업혁명을 기회로 삼기 위해 우리 기업과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과거의 성공방정식에서 벗어나 경영패러다임과 전략, 사업, 기술, 인재 등 모든 것을 4차 산업에 맞춰 완전히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성공 방정식은 오히려 미래의 실패 원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경영자 스스로 외부환경 변화에 익숙해져야 한다. IT를 포함한 미래 기술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끝없는 학습을 통해 미래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

둘째, 경영의 모든 것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시켜야 한다. 금융업을 대표하는 골드만삭스, 전통 제조기업 GE, 나이키를 위협하는 스포츠 의류 회사 언더아머, 세계 최대 크루즈 업체 카니발 등이 일제히 IT 회사를 선언하면서 자신들의 業(업)을 재정의하고 있다. 업의 정의 뿐만 아니라, 빅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사무 생산성 증대를 위한 협업 시스템, 그로스 해킹 방식의 마케팅 혁신,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스마트 공장등 기업 경영의 전 분야에 걸쳐 디지털 혁신을 해나가야 한다.

셋째, 기업문화의 대 변혁이다. 급변하는 세상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한국 고유의 수직적 위계문화에서 신속히 탈피해야 한다. 자유로운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직원들이 스스럼없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실리콘밸리엔 ‘빨리, 작게 실패하라’는 격언이 있다. 실패 용인을 넘어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시급하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유연성, 자율성, 다양성 존중과 같은 실리콘 밸리 문화의 강점에 情(정), 신바람, 공동체 의식 같은 우리 고유의 문화적 강점을 결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늘 그렇듯이 위기는 기회다. 4차 산업혁명에 맞게 생각과 행동을 신속하게 바꿈으로써 세상을 선도하는 기업과 경영자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조영탁 휴넷 대표이사>

조영탁 대표는...

1965년생(52세). 서울대 경영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988년 금호그룹에 입사해 회장 부속실 등에서 근무했다. 1999년 교육 기업 휴넷을 창업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인생과 경영의 원리와 원칙을 정리해 매일 아침 이메일 서비스 ‘행복한 경영 이야기’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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