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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강소기업을 가다]①환자 급식용 배선카의 대명사 ‘명세CMK’

박철근 기자I 2017.01.05 05:00:00

김종섭 명세CMK 대표 인터뷰
국내 대형병원에 5000대 이상 판매…점유율 85% 넘어
“음식도 치료약...환자에 제대로 된 식사 공급해야”

[부산=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국내 중소기업 절반은 서울·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중소기업 육성 및 지원 정책이 이들 기업에 집중되는 기형적인 현상이 생겨나는 배경이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이지만 묵묵하게 기업을 경영하면서 한국 경제와 지역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강소기업들이 지방에도 널려있다. 이데일리는 올 한해 지방 각지에 흩어져 있는 숨은 강소기업을 발굴, 소개하는 장을 마련했다.

“환자에게 병원 식사는 약이나 주사만큼 중요합니다. 환자들에게 따뜻하거나 시원하게 먹어야 할 음식을 제대로 공급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20여년동안 한 가지 아이템에만 매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부산 본사에서 만난 김종섭(57) 명세씨엠케이 대표의 설명이다. 명세씨엠케이는 지난 1994년 설립한 국내 대표적인 환자용 배선카 전문기업이다. 배선카란 환자식사가 담긴 식판을 이동하는 장비를 말한다.

김 대표는 대형 주방설비 설계 사업을 준비하던 중 병원에 입원한 친척 병문안을 갔다가 지금의 사업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입원 중인 한 환자가 병원에서 제공한 식사를 내던지는 것을 봤다”며 “차마 사람이 먹기 어려울 정도로 차갑게 식은 음식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문병시 외부음식을 가져가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열악한 환자 식사에 대해 병원에 항의했고 적어도 따뜻한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1997년부터 제품 개발에 들어간 김 대표는 4년 6개월만인 2000년에서 첫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그는 “사업 초기 자금상황이 매우 안좋았다”며 “당시만 해도 과거 실적이 없으면 정책적 지원이 전무했다. 없던 물건을 만드는 창업자에게 과거 실적을 가져오라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온냉장 배선카는 대당 가격이 1500만~2000만원에 이른다. 당시 일본과 미국 제품(약 3000만원)에 비해서는 저렴했지만 비싼 가격 탓에 부산 지역 대형병원들은 모두 외면했다.

김 대표는 “견본품과 제품 설명서 등을 들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으로 꼽히는 서울대병원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며 “막상 그 곳도 제품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비싼 가격때문에 선뜻 계약을 하지는 못했다”고 시장 진입 초기를 회상했다.

해당 병원이 계약까지 걸린 기간은 8개월. 서울대병원과의 계약이 이뤄지면서 신촌세브란스, 삼성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굴지의 종합병원에 명세씨엠케이의 온냉장 배선카를 공급할 수 있었다. 현재 국내 600여개 병원에 5000여대를 판매했다. 특히 300병상 이상의 대형 병원의 85% 이상은 명세씨엠케이의 제품이 공급되고 있다.

명세시엠케이 제품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면 배선카를 전동화시켰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대부분 급식 서비스를 하는 병원 직원들은 중년 이상의 아주머니들이 많다”며 “이들이 편하게 배선카를 움직일 수 있도록 2000년 첫 제품을 양산했을 때부터 전동화했다”고 설명했다. 후진 시에도 알람 기능이 있어 안전운행이 가능하고 LCD(액정표시장치) 모니터를 탑재해 후방시야도 확보했다.

김종섭 명세씨엠케이 대표가 온냉식 배선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명세씨엠케이)
그는 “사업을 하면서 느낀 보람이라면 7년~8년전부터 외국산 온냉식 배선카가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주요 병원 공급이 어느정도 이뤄지면서 김 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2005년부터 각종 의료기기 전시회에 참가한 김 대표는 두바이,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해외 바이어를 만나러 갈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이 해당 병원의 급식시설이다. 그는 “국가와 지역별로 식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고 현지 맞춤형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한 이 회사는 최근 수출비중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2012년 14%였던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2015년 30%까지 늘어났다.

김 대표는 “중국 시장이 어렵기는 하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드시 공략해야 한다”며 “2020년까지 배선카 부문 세계 1위의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해외시장 공략을 가속화 해 2026년까지 매출 500억원 규모의 회사를 만든다는 것이 김 대표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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