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바닷가와 계곡을 찾는 대신 문학에 대한 갈증을 채우려는 독자들이 있다. 또 독자를 직접 만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창작에 대한 고민을 같이 나누려는 작가들이 있다. 독자와 작가가 하룻밤을 같이 지내며 ‘문학의 길’을 함께 모색하는 ‘문학캠프’가 독자와 작가 모두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김유정·박경리 등 작가사업회 직접 열어
소설가 김유정(1908~1937)을 기리는 김유정기념사업회는 지난달 26∼28일 강원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문학촌에서 ‘2016 김유정문학캠프‘를 열었다.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60여명이 참가해 시인 이근배와 소설가 오정희·전상국의 창작강의를 듣고 글쓰기 지도를 받았다. 김유정기념사업회의 권금순 총무팀장은 “2002년부터 매년 문학캠프를 개최하고 있다”며 “캠프 마지막 날 백일장을 통해 참가자가 쓴 작품을 평가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박경리(1926~2008)를 기리는 토지문화재단도 지난달 26~27일 강원 원주시 흥업면 토지문화관에서 문학과 공연에 관심이 있는 전국의 중학생 연령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학창작캠프 ‘무대로 올라간 글자들’을 열었다. 1박2일 동안 작가 김혜진·문부일·이송현과 극작가 김원, 연출가 정범철 등이 창작 멘토를 맡아 창작 특강과 실기를 지도했다.
◇인기작가 멘토로 나서 독자와 소통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문학캠프’에 대한 독자의 수요가 높다는 것을 파악하고 올해 처음 ‘문학캠프’를 개최했다. 지난 2일과 3일 강원 강릉시 녹색도시체험센터에서 연 ‘내 안의 보석을 찾아 떠나는 문학캠프’에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독자 140여명이 참가했다. 캠프를 연다는 공지가 나간지 하루 만에 정원을 마감찰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번 문학캠프에는 시인 김선우·박준과 소설가 김이설·김종옥·손보미·정유정을 비롯해 문학평론가 백지은·복도훈·허희 등 9명이 문학멘토로 나서 문학콘서트와 살롱토크, 작가의 방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1박2일간 문학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김선우 작가는 “많은 예술 중 문학은 점차 향유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장르 중 하나”라며 “그럼에도 작가와 만나 문학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독자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작가에게는 격려가 된다”고 말했다. 김이설 작가는 “무더운 여름, 피서 대신 문학을 고민하기 위해 캠프에 참가한 독자들을 보며 작가로서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었다”고 말했다.
◇“SNS 시대 가장 친밀한 오프라인 접점”
‘문학캠프’는 독자와 작가가 책에서 벗어나 최소한 하룻밤을 같이 숙식하며 얼굴을 맞대고 보다 친밀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문학을 업으로 삼으려는 예비작가에게는 소중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한다.
문예위의 ‘문학캠프’에 참석한 이도아(27) 씨는 “등단을 고민하는 청년으로서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며 “캠프를 통해 내게 문학이란 무엇인지 의미를 재정립할 수 있어 좋았고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문인과 마주보며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문학소녀였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김영신(57) 씨는 “작가들의 창작에 대한 에너지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특히 문학캠프에서 만난 문창과 학생과 고교생들의 열의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예전 문학에 대한 설렘이 다시 살아났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학캠프’는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넘어 가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야기경영연구소와 칠곡교육문화회관, 서울도서관은 다음 달 6~7일 경북 칠곡군 송정휴양림에서 ‘제1회 시낭독캠프’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선 시인 문정희·정호승·장석주·송찬호·고두현·김선우·박준 등 중견작가과 신진작가가 모여 독자와 함께 시를 낭독하고 문학에 대한 관심을 공유한다. 이외에도 뒤늦게 한글을 배운 뒤 시집 ‘시집살이 詩집살이’를 내 화제가 된 김막동·김점순·도귀례 할머니 등 ‘칠곡 할머니시인’도 참석해 문학에 대한 열정은 나이와 무관하다는 것을 알릴 계획이다.
이번 여름 문학캠프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문화예술위의 이재일 홍보과장은 “북콘서트나 작가 사인회와 달리 문학캠프는 소셜네트워크시대에 가장 친밀한 오프라인의 접점을 이뤄 작가와 독자간 소통의 밀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가 많다”며 “한국문학의 발전과 저변 확대를 위해서 여러 단체서 개최하는 문학캠프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