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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말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이달부터 분양하는 아파트에 대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 건수를 1인당 2건으로 묶고 대출 보증 금액도 서울·수도권과 광역시는 6억원, 지방은 3억원으로 제한했다.
문제는 세종시도 수도권·광역시 수준인 6억원에 중도금 대출 보증액이 책정됐다는 점이다. 세종시 인구는 23만 327명(6월 말 기준)으로 인구 100만명이 넘는 지방 광역시보다 한참 적다.
아파트값도 3억원을 한참 못 미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세종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억 5469만원이다. 통상 분양가의 60% 수준에서 중도금을 대출받는다고 했을 때 가구당 1억 5281만원의 중도금을 대출받게 된다. 정부가 제한한 2건의 중도금을 대출을 받고도 3억원 가까운 돈을 더 빌릴 수 있는 것이다. 국토부 주택기금과 관계자는 “세종시는 특별자치시인데다 향후 분양 물량도 많아 광역시와 같이 분류했다”면서도 “특별자치시에 따로 제정된 법령이나 규정은 없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마련된 자체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달부터 전국에서 세종시 아파트 청약이 가능해지면서 정부가 사실상 세종기 투기를 허용했다는 의혹마저 낳고 있다. 국토부는 거주자 우선공급 제도를 완화해 이달부터 타지역 주민도 일정 비율(50% 이내)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세종시에서는 올해 하반기에만 총 1만 6844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청주시 복대동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청주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820~900만원대로 세종시와 차이가 없는데도 중도금 보증 금액(3억원 이하)은 세종시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사실상 세종시 아파트 투자를 부추기면서 투자 자금이 모조리 세종시 분양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종시는 전국에서 아파트 분양권 전매 비율이 가장 높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에서 매매된 아파트 28만 4646건 가운데 5만 9823건(21%)이 분양권 거래였다. 세종시의 경우 분양권 거래 비율이 전국 평균의 4배 가량 높다. 총 3057건의 아파트 매매거래 중 분양권 거래가 2469건(81%)을 차지한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세종시가 특별자치구역이라는 이유로 중도금 보증액을 6억원으로 책정했다면 제주특별자치도나 지방 혁신도시에게도 똑같은 규정을 적용해야 했다”며 “세종시가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