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지구 생태계 서열 2위’라는 기생충의 생존 비밀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다. 국내서 가장 유명한 기생충학자인 저자는 의대 본과 4학년 때 선택의학 과목으로 기생충을 선택했고 이후 ‘21세기는 기생충의 시대’라는 지도교수의 말만 믿고 “남은 생을 기생충과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기생충은 여전히 사람들이 기피하는 대상. 이에 저자는 기생충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를 불식하고 기생충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을 도모해야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른다. 3년 전에 쓴 ‘기생충 열전’에 이은 이번 책도 역시 기생충을 주인공으로 한 어렵지 않은 대중서다.
저자는 람블편모충이 오랜 기간 병원체로 인정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람블편모충의 외모가 출중한 덕’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러곤 ‘예쁜 게 착한 것’이란 이유뿐만이 아니라 절대로 인체의 조직을 파괴하지 않고 매달려 있기만 한다는 근거로 ‘착한 기생충’으로까지 선정한다.
저자는 책에서 다룬 21종의 기생충을 ‘착한 기생충’ ‘독특한 기생충’ ‘나쁜 기생충’으로 구분했다. ‘착한 기생충’은 감염 시 설사 등 가벼운 증상을 일으킬 뿐 생명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 기생충. ‘독특한 기생충’은 눈에 기생하는 동양안충처럼 일반적인 것과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기생충이다. ‘나쁜 기생충’은 간모세선충처럼 간경화를 일으키는 등 숙주의 생명을 위협해 숙주와 공생이란 기생충 정신을 지키지 않은 종이란다.
유머러스한 필력은 여전하고 기생충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는 풍자정신도 변합없다. 물론 기생충으로 인한 여러 감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예방서로서도 제 몫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