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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도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있다

김용운 기자I 2016.06.08 06:17:00

사람에 미치는 영향, 생존법 따라
기생충 주인공으로 내세운 대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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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서민ㅣ376쪽ㅣ을유문화사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람블편모충.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마치 하늘을 나는 연처럼 생겼다. 여기에 사람의 얼굴인 양 눈과 코와 입처럼 보이는 형상도 갖췄다. 덕분에 외국에서는 이 모습을 본 뜬 인형까지 나왔다고 한다. 귀엽게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연히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기생충. 인체에 감염되면 설사나 식욕부진, 복통 등을 일으킨다. 세계적으로 성인의 2%, 어린아이의 6~8%가 감염돼 있다. 아프리카 등 가난한 국가에서는 감염률이 33%에 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람블편모충은 발견된 지 300년이 지난 1987년에서야 장에 사는 기생충을 넘어 병을 옮기는 병원체로서 학계에서 인정받았다.

책은 ‘지구 생태계 서열 2위’라는 기생충의 생존 비밀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다. 국내서 가장 유명한 기생충학자인 저자는 의대 본과 4학년 때 선택의학 과목으로 기생충을 선택했고 이후 ‘21세기는 기생충의 시대’라는 지도교수의 말만 믿고 “남은 생을 기생충과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기생충은 여전히 사람들이 기피하는 대상. 이에 저자는 기생충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를 불식하고 기생충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을 도모해야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른다. 3년 전에 쓴 ‘기생충 열전’에 이은 이번 책도 역시 기생충을 주인공으로 한 어렵지 않은 대중서다.

저자는 람블편모충이 오랜 기간 병원체로 인정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람블편모충의 외모가 출중한 덕’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러곤 ‘예쁜 게 착한 것’이란 이유뿐만이 아니라 절대로 인체의 조직을 파괴하지 않고 매달려 있기만 한다는 근거로 ‘착한 기생충’으로까지 선정한다.

저자는 책에서 다룬 21종의 기생충을 ‘착한 기생충’ ‘독특한 기생충’ ‘나쁜 기생충’으로 구분했다. ‘착한 기생충’은 감염 시 설사 등 가벼운 증상을 일으킬 뿐 생명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 기생충. ‘독특한 기생충’은 눈에 기생하는 동양안충처럼 일반적인 것과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기생충이다. ‘나쁜 기생충’은 간모세선충처럼 간경화를 일으키는 등 숙주의 생명을 위협해 숙주와 공생이란 기생충 정신을 지키지 않은 종이란다.

유머러스한 필력은 여전하고 기생충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는 풍자정신도 변합없다. 물론 기생충으로 인한 여러 감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예방서로서도 제 몫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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