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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민 "여배우의 꿈 '맘마미아'…출산 한달만에 오디션"

이윤정 기자I 2016.04.12 06:16:00

부기 안빠진 채 오디션 강행
아이 앞에서 ''아바'' 노래 부르며 연습도
''로지'' 역 성격 너무 달라 마음 고생도
''드림걸즈'' ''캣츠'' 등으로 데뷔 20주년
"악바리 소리 들으면 만삭까지 공연
좋은 작품이면 소...

홍지민은 올해로 데뷔 20년차의 베테랑 뮤지컬배우이지만 여전히 ‘무대 울렁증’이 있다고 한다. “공연시작 전에 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읊어보지 않으면 불안하다”며 “귀찮기도 하지만 나름의 극복방법이자 노하우”라고 말했다(사진=방인권 기자 bink7119@).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뮤지컬 좀 본다는 사람 치고 배우 홍지민(43)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홍지민은 그간 ‘브로드웨이 42번가’ ‘캣츠’ ‘스위니 토드’ ‘신데렐라’ 등에서 선 굵은 연기력을 과시하며 뮤지컬계 디바로 우뚝 섰다. 2009년에는 ‘드림걸즈’로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며 주연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번엔 오는 6월 4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스테디셀러 뮤지컬 ‘맘마미아’다. 역대 최강의 ‘중년 아줌마 삼총사’로 꼽히는 최정원·전수경·이경미가 다시 무대에 서고, 신영숙·김영주·홍지민이 새롭게 합류했다. 홍지민은 “워낙 다작을 하다 보니 ‘맘마미아’도 했던 작품인 줄 아는 사람이 많은데 이번에 처음 출연하는 게 맞다”고 말하며 웃었다.

△“여배우라면 한 번쯤 꿈꾸는 작품”

‘맘마미아’는 세계적인 팝그룹 아바의 히트곡 22곡을 엮은 주크박스뮤지컬이다. 스무 살 소피가 자신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결혼식에 세 명의 아버지 후보를 초대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199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탄생한 이후 미국·독일·프랑스 등 440개 주요 도시에서 60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0억달러 이상의 티켓판매고를 올렸다.

국내서도 2004년 초연 이후 33개 도시서 1400여회를 공연하며 17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2013년과 2014년 오리지널팀 내한공연 이후 3년 만이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 1200명의 지원자들이 치열한 오디션을 거쳤다. “아마도 내 또래의 여배우들이 해보고 싶은 작품 리스트엔 ‘맘마미아’가 기본적으로 들어 있을 거다. 출산하고 한달 만에 본 오디션이라 부기가 하나도 안 빠진 상태였다. 그래도 출산 후 스케줄이 없을 때여서 다시 오디션을 준비하는 시간이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아기 앞에서 ‘테이크 어 챈스 온 미’를 부르며 연습하곤 했다. 하하.”

뮤지컬 ‘맘마미아’의 한 장면(사진=신시컴퍼니).


오랜기간 무대에 서 왔지만 처음엔 이성적인 잡지사 편집장 ‘로지’의 캐릭터를 잡기가 쉽지 않았단다. “나는 감성적인 사람이라 ‘이성적’이란 단어에 갇혀 고생했다. 연습과정이 그 어떤 때보다 힘들었는데 폴 연출이 ‘로지는 좋은 사람이고 착한 사람’이라며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격려하더라. 그 말에 펑펑 울면서 로지에 대한 답을 찾았다.”

이후의 연습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첫 공연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최정원 선배가 ‘열심히 했으면 됐다. 나머지는 관객들이 채워줄 거다’라고 했었다. 첫 무대에 서보니 그 말이 새삼 와 닿더라. 등장하는 것만으로 박수가 쏟아지는 등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호응이 좋아서 무대에 서는 사람도 신이 나더라.”

‘맘마미아’ 멤버로 첫스타트를 끊은 홍지민은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계속해서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연습과정은 만만치 않지만 앞으로 10년은 더 하고 싶은 작품”이라며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참 매력적”이라고 애정을 내비쳤다.

△만삭에도 무대 올라…“이제 살도 빼야죠”

뮤지컬배우 홍지민(사진=방인권 기자 bink7119@).
대극장이든 소극장이든 좋은 작품이라면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 2014년에는 14년 만에 소극장 창작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사실 당시에는 여러 가지로 작품에 출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를 공연 중이었고, 설상가상으로 공연 전 임신 사실을 알았다. 특히 9년 만에 얻은 아이라 더욱 마음이 조급했다. “김미혜 프로듀서는 물론이고 최재광 음악감독은 내 인생의 멘토 같은 분이라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건강한 아이는 힘들어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주변의 조언에 힘을 얻어 결국 무대에 섰다. 11월 말까지 공연을 했으니 임신 7개월 차까지 무대에 선 거다.”

결과는 좋았다. 아이도 순산했고 공연도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했다. 악바리 근성이 가져다준 결과였다. “관객과 소통하면서 행복한 에너지를 얻은 게 좋은 태교가 된 것 같다. 사실 내가 만삭인 걸 몰랐던 사람도 많았을 거다. 이럴 땐 통통한 게 도움이 된다. 하하.”

홍지민의 장점은 주연이든 조연이든 매력 넘치는 감초 역할로 소화해낸다는 점이다. “무대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빛나는 곳”이라고 말하는 홍지민은 “방송이나 세상살이는 열심히 해도 배신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대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연습량이 무대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잘하는 배우는 누구나 ‘연습벌레’”라고 귀띔했다. 앞으로는 통통한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은 생각도 있단다. “사실 출산 후 부기가 아직 다 안 빠졌는데 워낙 이미지가 각인돼 있어서 그런지 다들 왜 이렇게 살이 빠졌느냐고 하더라(웃음). 이제는 살도 빼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더 생긴다. 언제나 도전은 설레는 일이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한 장면(사진=신시컴퍼니).
뮤지컬 ‘맘마미아’의 한 장면(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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