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소리' 최용석·고관우 "세상 한복판서 우리소리 외칠 것"

이윤정 기자I 2016.03.17 06:16:00

국악극축제 ''제1회 바닥소리극 페스티벌''로
''제3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대상 수상
2002년 지하 단칸방서 출발
통일 다룬 ''닭들의 꿈 날다'' 등
굵직한 사회이슈 판소리극으로
시대에 응답하는소리꾼 목표
"포기하지 않았더니 ...

공연예술단체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최용석(왼쪽)·고관우 공동대표를 서울 마포구 작업공간 인근에서 만났다. 두 대표는 “국악단체를 운영한다는 게 사실 많이 어렵다”면서도 “어떤 일이든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승자라고 하지 않나. 10여년을 버텨왔다는 점에서 우리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아직도 얼떨떨해요.” 연극, 클래식, 무용, 국악·전통, 뮤지컬, 콘서트 등 6개 부문의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제3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쥔 공연예술단체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이하 바닥소리)의 최용석(42)·고관우(39) 공동대표는 그날의 감동이 여전히 생생하다고 했다. 고 대표는 “시상식에서는 긴장감에 할 말을 다 못했는데 그간 고생했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며 “평생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했을 정도로 영광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당일 급체로 아쉽게 참여하지 못했던 최 대표는 “너무 감사하다”며 “이 땅에서 예술가로 살아가기가 참 팍팍한데 그 어려운 일을 계속해야 할 힘을 얻었다. 국악계 안에서뿐만이 아닌 외부로부터의 평가라고 할 수 있는 상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성황리에 연 ‘이데일리 문화대상’은 공연예술계 종사자의 사기를 높이고 한국문화예술의 발전에 힘을 보태자는 취지로 2013년 공식 출범한 상이다. 한 장르에만 국한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6개 부문별로 최우수작을 선정하고 그중 대상 한 작품을 시상한다. 바닥소리는 민간단체 최초의 국악극축제 ‘제1회 바닥소리극 페스티벌’(2015년 9월 17일~10월 4일 꿈의숲아트센터)로 뮤지컬 ‘데스노트’, 연극 ‘백석우화’, 콘서트 ‘이승환 빠데이 26년’ 등 각 부문의 우수한 작품과 겨뤄 당당히 대상을 차지했다.

공연예술단체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최용석(왼쪽)·고관우 공동대표(사진=한대욱 기자 ).
△주차장 개조한 지하 단칸방서 창작판소리 꿈 키워

바닥소리는 2002년 지하 단칸방에서 태동했다. 지하주차장을 개조해 만든 비좁은 방에 모여 창작판소리의 꿈을 키웠다. 최 대표는 “기본적으로 판소리에는 사회성이 들어 있는데 그걸 잊어버리지 않았나 하는 문제의식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시작하게 됐다”며 “매주 한번씩 주기적으로 만나 소리꾼으로서의 역사의식을 길렀다”고 말했다. 창단멤버로는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국악인 박애리와 최근 화제를 모은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 등이 있다. 첫 공연은 위안부 할머니를 찾아간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했고, 한달에 한 번 위문공연을 이어갔다.

이후 여러 사회문제를 녹인 창작판소리를 만들어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나 ‘용산참사’ 등 굵직한 사회이슈를 바탕으로 판소리를 만들고 공연도 했다. 평택미군기지를 완전히 봉쇄했을 때는 군사작전을 하듯이 뚫고 들어가 공연을 한 적도 있다. 국악뮤지컬집단 타루 등 몇개 단체 연합으로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1년간 ‘거리소리판’을 만들기도 했다.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인 시간이었다.

고 대표는 “이 시대에 응답하는 판소리단체를 표방하면서 내부적으로 갈등도 있었고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더라”며 “창작판소리는 서로 모여서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의견을 중재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열악한 상황에서 탄생한 뜻깊은 페스티벌

‘역사 안에서 어떤 소리꾼으로 살아갈 건가’를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문제를 담은 창작극이 탄생했다. 바닥소리의 대표작이 된 ‘닭들의 꿈, 날다’는 환경과 통일문제를 주제로 했고, 5·18 민주화운동을 담은 ‘방탄 철가방: 배달의 신이 된 사나이’, 제주 해녀의 항일운동을 모티브로 한 ‘대한제국 명탐정 홍설록: 귀신테러사건’ 등을 레퍼토리로 쌓아왔다.

판소리극 ‘대한민국 명탐정 홍설록’의 한 장면(사진=판소리공장 바닥소리).


그간의 행보를 집약한 것이 ‘페스티벌’이었다. 바닥소리의 신작과 기존 레퍼토리를 포함해 세계명작극·가족뮤지컬·어린이극 등 5개의 판소리극을 20여일간 선보였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향유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은 문화대상 심사위원은 물론 대중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4000만원의 작은 지원금으로 만든 양질의 축제였다. 최 대표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믿고 따라준 배우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성공적으로 이끌 수 없었을 것”이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왔더니 좋은 결과도 따라왔다”고 감격해 했다.

판소리극 ‘닭들의 꿈, 날다’의 한 장면(사진=판소리공장 바닥소리).


이번 수상은 바닥소리의 초심을 돌아보는 계기도 됐단다. 고 대표는 “‘바닥소리’라는 이름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에서 우리의 소리를 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바닥부터 일을 시작한다. 성공은 처음부터 따라오는 게 아니라 아래서부터 올라가는 것 아닌가 싶다. 첫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자극이 됐다”고 했다.

목표는 우리 소리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거란다. 최 대표는 “세상의 한가운데서 우리 소리를 외치고 멋진 소리꾼을 길러내는 단체로 계속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고 대표는 “사회문제를 다루는 판소리를 만드는 한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우리는 영원한 좌파일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공연예술단체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고관우(왼쪽)·최용석 공동대표(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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