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날마다 ‘허위통계’ 보고 받는 안전처 장관

최훈길 기자I 2015.08.28 06:30:00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물놀이 생존자 2명이 사망자로 둔갑했다. 지난달부터 통계를 잘못 집계했다. 하지만, 이 오류는 27일 현재까지 수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민 안전관리 일일 상황 보고서’ 물놀이 사망사고 현황에 꼬박꼬박 포함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에게 매일 아침 보고한다. 날마다 허위 통계를 보고하는 셈이다.

이데일리가 물놀이 사망내역을 전수조사하는 취재를 시작한 뒤에야 안전처 실무자들은 이 같은 통계 오류를 발견했다. 특히 같은 부처내에서도 행정직, 소방직, 해경이 각기 다른 사망통계를 갖고 있었다. 한쪽 부서는 생존자로 분류했지만 다른 부서는 엉뚱하게도 사망자로 집계했다. 작년 11월 부처를 통합했지만, 사망통계조차 통합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통계관리도 주먹구구다. 안전처는 작년과 달리 올해는 7월이 돼서야 물놀이 사망자를 집계했다. 담당자가 바뀌었고 올해는 통계를 집계하라는 지시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월별·장소별로 물놀이 사망을 분류하는 것도 어렵다고 했다. 엑셀 프로그램 등으로 물놀이 통계관리를 하지 않아 일일이 문서를 찾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올초부터 안전처는 해수욕장 등 물놀이 안전에 신경 써달라고 대국민 홍보를 해왔다. 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해수욕장 등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이 해양경찰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면서 안전관리 공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안전처는 안전정책의 기본인 통계관리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장·차관이 이달 들어 한 번도 해수욕장 등 물놀이 현장점검을 하지 않을 정도로 안전관리에 소홀했다. 이러는 사이 7~8월 물놀이 사망자는 50명을 넘어 작년보다 3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 6년간 물놀이 사망자 평균(39명)보다도 많았다.

그동안 정부 부처는 빅데이터 관리에 앞다퉈 예산을 쏟아 왔다. 전담 인원·부서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안전처 사례만 봐도 국민안전 관련 통계관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 영리한 토끼가 세 개의 굴을 준비해놓듯이 안전대책을 미리 만들겠다던 박 장관이 ‘교토삼굴(狡兎三窟)’ 초심을 되돌아볼 때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상황보고 회의에 참석해 훈련 상황을 점검했다(사진=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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