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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줄기세포 '배양액' 화장품의 착시 효과

염지현 기자I 2015.08.27 06:00:00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최근 제대혈 줄기세포 연구기업 ‘메디포스트’에서 생명 과학 화장품을 출시했다. ‘제대혈 줄기세포 배양액을 함유해 주름 개선, 미백, 수분 공급 등 피부 영양에 도움을 준다’고 제품을 소개했다. 회사는 “탯줄에 담겨 있는 생명 에너지를 순수하고 안정적인 형태로 담아냈다”면서 “모든 여성들이 꿈꾸던 피부를 갖게 되길 바란다”는 말도 전했다. 마치 화장품을 바르면 피부가 바로 재생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10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김진석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지난해 말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줄기세포 화장품의 효능·효과를 묻는 한 의원의 질의에 “안전기준을 지키면 줄기세포 배양액을 화장품 원료로 사용할 순 있으나 특별한 기능성을 부여하진 않는다”고 언급했다. 확인된 효능이 없다는 소리다. “인체조직이나 줄기세포 자체로는 화장품을 만들 수 없다. 줄기세포 화장품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시중에서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 ‘제대혈 줄기세포 배양액 화장품’의 정체는 무엇일까. ‘제대혈’ ‘줄기세포’ 등의 문구에 먼저 반응하기 쉬운데 중요한 것은 ‘배양액’이라는 세 글자다.

최첨단 기술로 줄기세포를 농축하거나 안정화해 화장품에 첨가했다고 여기기 쉬운데 정확히는 ‘세포조직 배양액 중에서 세포나 조직을 길러낸 여액’을 사용한 화장품이라고 보면 된다.

메디포스트 측도 화장품 용기에 ‘호호바씨 오일, 쉐어버터 성분이 보습감을 부여한다’ 등 줄기세포 배양액과 함께 쓰인 재료의 효능은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줄기세포 배양액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누락했다.

줄기세포 배양액을 얼마 첨가했다는 문구는 있지만 배양액에 의한 효과는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과대광고 제재를 피해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한 것이다.

메디포스트에서 이번에 출시한 인체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배양액 화장품은 파격적인 가격으로 출시됐다. 그간 시중에 판매되는 줄기세포 화장품들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으로 비난 받았던 것을 의식한 처사다. 소비자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토록 비싼 제대혈 줄기세포를 듬뿍 처방했다면 2~3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나올 수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볼 문제다.

한편 메디포스트 측은 줄기세포 배양액 화장품의 효능 논란과 관련 “아직까진 정확하게 입증된 바가 없어 소비자들이 혼란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판단된다”면서 “줄기세포 배양액의 기능성을 식약처에서 공식 인정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 혼동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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