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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위 흘러가는 바람…렌즈에 녹아든 '탐라 황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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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기자I 2015.07.03 06:42:10

김영갑 10주기 기념
'오름에서 불어오는 영혼의 바람' 전
타계 후 첫 대규모 서울전
초기작부터 후기 파노라마작품까지
오름 위주 제주 풍경사진 70여점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서 9월 28일까지

김영갑은 1985년 제주에 정착한 이래 2005년 타계할 때까지 20년간 제주의 오름을 숱하게 오르내리며 아무도 미처 보지 못한 제주의 숨은 아름다움을 찾아냈다. 김영갑의 작품엔 제목이 없다. 이름을 붙이지 않았기 때문. 전시에도 제목이 붙은 작품이 한 점도 없다(사진=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한라산 백록담의 설경, 유채꽃이 만발한 삼방산 들판, 태풍이 몰아치기 전 거센 파도가 부서지는 용두암, 투명한 바닷물과 대비되는 중문 해수욕장의 검은 모래밭, 성산 일출봉. 제주도의 명소를 담은 수많은 사진은 육지인에게 제주를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관광지’로 만들었다. 하지만 관광책자 속에 나오는 풍경은 제주도가 가진 비경의 일부에 불과했다. 김영갑(1957~2005)의 사진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스물여덟 살의 청년 김영갑은 카메라와 촬영장비를 챙겨 오로지 사진을 찍기 위해 제주도로 향했다. 육지에서 태어난 그가 섬에 뼈를 묻겠다고 다짐한 뒤였다. 그곳에서 살아야만 찍을 수 있는 풍경이라는 확신에서다. 사랑하는 연인에게도 이별을 고했다. 주변에선 미쳤다고 했다. 가족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5년 일이다.

제주도 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사진작가 김영갑의 작품이 김영갑 사후 처음으로 대규모 뭍나들이를 한다. 2005년 루게릭병으로 타계한 김영갑의 10주기를 맞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김영갑, 십 년 만의 나들이: 오름에서 불어오는 영혼의 바람’ 전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는 김영갑이 1985년 제주에 정착한 이후 촬영한 초기작부터 후기의 파노라마작품까지 70여점을 선보인다.

제주에 정착한 김영갑은 비로소 제주의 자연과 온종일 접신을 시도하며 제주의 자연에 홀리기 시작한다. 정물화 같은 풍경사진을 거부하고 시간과 공간이 교감해 무아지경에 빠지거나 혹은 운우지정이 끝난 후 등을 돌리는 찰나를 포착해낸다. 그 찰나는 주로 제주사람들이 ‘중산간’이라 부르는 해발 200~600m 지대의 기생화산인 오름에서 이뤄졌다.

김영갑이 제주의 바닷가에서 촬영한 오름(사진=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제주의 자연이 사시사철 보여주는 은밀한 환희나 혹은 하염없는 고요를 사진에 담기 위해서는 정성이 필요했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지고 수백번 혹은 수천 번 오름을 오르고 내려왔다. 그렇게 수만시간을 서성거리다가 찍은 한컷 한컷이 약 20만장. 그 안에 담긴 제주는 유흥에 취한 관광지나 육신이 나른해지는 휴양지가 아니었다. 하늘과 땅, 바람과 나무, 들판과 안개. 사람이 이름지어 부른 자연의 모든 것에 깃든 정령들이 인화된 곳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김영갑이 생전에 직접 인화한 작품과 액자제작에 참여한 작품 다수를 포함해 의미를 더했다. 전시 구성도 초기작부터 후기작까지 순서대로 배치해 김영갑이 어떤 식으로 변화를 추구했는지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백미는 역시 파노라마 사진. 제주의 오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 된 이 사진들은 제주의 바람과 하늘과 오름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은 그는 기교를 거부하고 구도자와 같은 자세로 작업에 임했다.

김영갑은 2000년 초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6년간 투병하다 2005년 5월 29일 자신이 손수 가꾼 제주도 성산읍의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서 숨을 거뒀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 화장한 시신은 갤러리 마당에 뿌려졌다. 유고집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서 그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궁금해 사진가가 되었다. 사진을 찍으며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고 대자연의 신비를 느끼고 하늘과 땅의 오묘한 조화를 깨달았다”고 적었다. 성인 1만원, 청소년 8000원. 9월 28일까지. 02-737-2505.

김영갑이 파노라마 사진기로 담은 제주의 들판(사진=김영갑갤러리 두모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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